[임여호의 물고기세상 6 ]
전어는 봄(3~6월)에 산란하여 가을이면 몸길이 20㎝ 정도로 자라는데 이 때가 1년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지며 뼈가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특히, 전어는 여수 가막만, 여자만, 득량만에서 년중 340톤가량이 어획되고 있으며 7월부터 속살에 기름기가 오르기 시작하여 실제로도 가을에는 전어의 지방성분이 봄, 겨울보다 최고 3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져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 이라는 속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을 전어는 우선 꼬랑지가 가을 독사가 노랗게 약이 차서 사람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바르르 떠는 것처럼 노랗게 푸들거리는 기름이 올라 있는데 이걸 그냥 비늘도 긁지 않고 굵은 소금 뿌려 한 시간 정도 놔뒀다가 저녁 아궁이 불에 석쇠 얹고 구워 놓으면 기름이 벅적거리면서 냄새가 울안에 진동한다.
전어는 이렇게 통째로 구워서 저녁밥과 함께 손에 들고 김치 싸서 대가리부터 창자 꼬랑지 할 것 없이 모조리 뼈 째 씹어 먹어야 하는데 그 맛이야말로 진짜 전어 맛이다. 전어구이 맛이 얼마나 좋았기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가던 며느리 돌아온다고 했겠는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전어로는 젓갈도 만든다. 내장 중에서도 완두 콩만한 밤만으로 담는 전어 밤젓은 별미를 넘어서 귀한 음식이다. 전어의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 속젓,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 혹은 뒈미젓이라고 불린다. 호남지방에선 전어 깍두기를 담가 먹기도 한다.
전어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많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貴賤, 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큰놈은 한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에도 간혹 나타나나 그 맛이 육지 가까운 데 것만 못하다”고 기록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 기능을 돕고 위를 보하여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며 특히 아침 기상때 사지와 온 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 50대 이후 장노년 층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가을철이 되면 전어잡이 한창이다. 전어잡이는 전어가 밑으로 도망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전어 무리를 발견하면 그물의 선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둘러싼다.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 부분은 뚫려 있다. 어부들이 전어 떼에 접근하여 어로장의 장단에 맞춰 방망이로 배를 두들기고 돌이나 장대로 위협하면 전어떼는 그물코에 꽂힌다.
이런 전어잡이를 부채꼴로 둘러싸인 그물에 전어가 스스로 꽂혀 들어가 잡는다는 뜻으로 선자망(旋刺網)어법 혹은 두리걸그물이라 부른다.
전어는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연안에서 산란했기 때문에 여름동안 넓은 바다에서 자라서 성어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연안으로 되돌아 온다. 그러기에 전어를 잡은 후에는 해수와 담수를 반반씩 섞은 수조에 넣어 보관하거나 수송하면 치사율이 그만큼 떨어진다. 하지만 전어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도 하루 이상 살려 놓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수산관리과장
저작권자 © 남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