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수영을 무시하지 마라
좌수영을 무시하지 마라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9.05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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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김석훈 <편집국장>
전남도가 최근 용역을 마친 '명량대첩 승전 현창 사업'에 대한 여수지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구국의 전함 거북선을 떠올릴때 조선시대 삼수수군통제영이자 400년간 전라좌수영의 본영이었던 여수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는 점은 지역민들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이번에 도가 마무리한 ‘명량대첩 현창 사업 용역’은 전라좌수영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이 포함돼 있지 않아 지역민을 서글프게 했다.

게다가 도는 이 사업을 마지막으로 이순신과 거북선·임란에 대한 도 차원의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여서 전남 동부권 지역민들이 갖는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도가 용역한 명량해전이 역사성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명량해전이야 말로 세계 해전사에 높이 평가 되는 승전의 역사이며 장군이 흩어진 좌수영군관들과 함께 남은 전선 12척으로 대규모 왜선단을 격파했던 구국의 역사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명량해전사 어디에도 거북선이 참전했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도가 마련한 141억원 상당의 현창 사업규모에는 40억원을 들여 거북선 관광유람선을 띄우고 거북선전용부두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거북선이 존재하지 않았던 전투에서 거북선을 띄운다는 것은 어떤 역사를 근거로 한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듯이 역사왜곡을 두려워 하지 않고 관광성 사업에만 치중하는 도 행정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후손들이 버젓이 보고 있는데도 관광 전남 운운하며 임란의 역사를 왜곡하고, 치적에나 열을 올리는 전남도와 박준영도지사에게 쏟아지는 원망은 살아 있는 좌수영민들만이 아닌 임란때 죽어간 구국의 원혼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라좌수영 본영이 있던 여수는 조선시대 수군의 본거지로 전승의 사명을 다 한 구국의 성지이다.좌수영은 순천 낙안 보성 광양 홍양(고흥)의 5관과 방답, 사도, 여도, 발포, 녹도의 5포를 합쳐 5관5포로 진영을 갖추고 임란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됐다.

당연히 도가 앞장서서 복원사업과 현창 사업을 이끌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용역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좌수영은 안중에도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난중일기에도 여러차례 등장하는 장군과 거북선의 자취는 좌수영의 곳곳에 묻어있다.

거북선을 건조했던 선소와 출진에 앞서 제를 올리거나 임금을 향한 의식,군관들의 사열을 받았던 진남관,심지어 효심가득한 장군이 3년간 어머니를 모셨던 곳도 남아 있다.

임란당시 좌수영민들은 거북선과 판옥선건조를 위해 노역을 다하다가도 전함에 승선해 노를 젓고 포를 쏘며 왜적에 맞섰다. 또 군량을 조달하기위해 농사도 지어야 했다. 이러한 선조의 얼을 기리기 위한 전라좌수영 복원사업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의 소원이었다.

여수시민들은 지난 40년간 충무공 이순신의 첫 출진 일을 기리기위해 하루전인 음력 5월3일에 때맞춰 진남제 축제를 열어 왔다.여수앞바다에서 좌수영함대의 출진을 기리는 진남제가 전국 4대 축제에 포함 된적도 있다. 그러나 전라좌수영의 복원과 현창 사업, 거북선 복원 사업 등은 그 어떠한 국가적 시책이나 전남도의 사업 추진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애 타는 마음만을 부여잡고 있던 지역민들에게 전남도의 좌수영 소외는 분노로 불타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용역결과 발표이후 문제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도는 명량해전의 거북선은 단순한 관광객유치 목적이었으며 사업의 성과를 봐서 단계적으로 동부권으로 확대 할 계획이라고 사태를 추스리려 했다.

지역민들은 그러나 전남도의 변화된 모습이 나타날때까지 줄기찬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남제보존회 등 학술단체, 시민사회단체 모두 할 것없이 다 내줘도 좌수영의 역사성만은 결코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전남도와 지사는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

거북선은 전라좌수영에서 만들었다. 좌수영의 후예가 거북선을 잃지 않고자 하는 것이 죄인가. 행정가 정치인들의 심사숙고를 부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뒷짐지고 멍하게 바라만본 여수시도 이번기회에 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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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水愛 2006-09-07 09:48:51
여수시의 무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충무공의 거북선에 대한 지역의 자긍심을 망가트린 여수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비이락'이다.
언론에 종사하거나 시민단체나 정치권 및 지도자들에게 고하노니,
그동안 끈질기에 주장한 민초의 견해를 외면하다가 문제가 터지니 들고 나서는 건 바람직치 않다는 예기다.

여수시는 90% 불가능한 2012의 깃발을 달았다. 그것도 2010의 승리를 자신하던 민주당의 김충석시장이 BIE의 결정일인 12월 3일이 도래하기 전 2012가 불거진 것이다.
즉, 2010의 실패를 감지했으면서 시민을 속였다는 이야기며 변두리 민초가 아는 사실을 시민단체나 지역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모를 턱이 없었음에, 2012에 동조하거나 앞장서 완장차기에 급급했을 뿐 3년이 경과한 지금 열기를 확신시키거나 주민동의를 얻는 일을 방관하고 있지 않았는가?

'세계적인 영화촬영지를 만들겠다'며 화양의 어느 어촌에서 뭘 촬영할 때 시민혈세를 지원한 여수시가 충무공의 전적지와 동 떨어진 부안에서 '이순신'이 촬영돼도 모른척 했고 한강의 거북선이 통영으로 향발할 때도 외면했었는데, 그런 걸 질타하는 시민이 과연 몇이었고 언론이 무얼했으며 시민단체나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 김충석의 눈치보기에 급급했지 않았는가 반성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들고 일어나는 폐습이 시민들을 외면하게 만든 단초였다면 이제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걸 시정하는 개혁적 사고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KBS가 떠날 때 표호하다가 쥐구멍으로 들어간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시청료 철폐에 앞장서 시민의 울분을 가라앉혀야 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