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같은 맛 '밴/댕/이'
아이스크림 같은 맛 '밴/댕/이'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8.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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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호의 물고기세상 5]
우리말에 ‘오뉴월 밴댕이’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변변치 않으면서 때를 잘 만난 것을 빗대 놓고 하는 말로서, 음력 5~6월이 밴댕이가 가장 제맛 나는 철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같다.” 고 한다. 이는 어부들이 성질이 급한 밴댕이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빗대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말이다.

그물에 잡힐 때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리기 일쑤라 어부들조차 산 밴댕이를 구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밴댕이는 몸집에 비해 내장이 별로 없으니 그것이 그다지 틀린말이 아니다. 밴댕이는 경골어류(硬骨魚類)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약 15㎝ 정도이다. 몸은 측편되었고 아래턱은 돌출 되었으며 위턱은 약간 패어 있다.

몸집이나 비늘, 몸 색깔 등으로 보아 멸치와 비슷하지만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늑어(勒魚)는 우리나라의 소어(蘇魚)”라고 밝히며 한글로 ‘반당이’로 적고 있다. 이 반당이가 와전을 거듭하여 밴댕이로 불려진 것으로 보여진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함경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도에서 소어(蘇魚)가 산출된다” 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보아 오래전부터 남?서해에서 밴댕이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단오 이후 소금에 절였다가 겨울에 초를 쳐서 먹으면 일미 중의 일미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요즘 우리가 먹고 있는 밴댕이젓의 원형일 것이다.

제대로 삭혀진 소어(蘇魚)젓은 음식 진상품에 반드시 포함됐다. 조선조 때 궁중의 음식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사옹원에 ‘소어소’로 불리는 전담반을 둘 정도로 밴댕이는 귀한 물고기였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을미년 5월 21일 자에 “전복, 어란과 함께 밴댕이젓을 어머니께 보냈다.” 는 글이 있을 만큼 밴댕이는 선조들의 다양한 음식문화에 일조를 했다.

예로부터 강화 사람들은 오사리(5월 사리)때에 잡히는 밴댕이를 최고로 쳤으며 귀한 손님에게만 접대를 했다.

밴댕이는 회를 뜰 때 양 옆면으로 두 번만 살을 발라낸다. 상추보다도 부드러운 밴댕이를 초고추장에 마늘 한쪽을 얹어 먹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지고 만다.

또한 밴댕이젓은 그 맛이 미묘한 발효식품으로 식욕 잃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준다. 소금에 잘 삭혀진 밴댕이젓을 파, 마늘, 풋고추, 깨소금 같은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젓국은 김치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천연 조미료로 특히 김장할 때 절인 밴댕이를 통째로 넣으면 국물이 시원 담백하고 밴댕이 특유의 발효된 맛을 느낄수 있어서 김치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울 수가 있다.

통영, 거제지방에서는 밴댕이를 ‘띠포리’라고 하는데, 띠포리는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멸치보다 국물 맛이 훨씬 뛰어나다. 특히 통영에서는 길가 포장마차에서 파는 오뎅국물에 띠포리가 감초처럼 들어간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수산관리과장

최근 사행성 도박 파문으로 ‘임여호의 바다이야기’를 이번호부터 ‘임여호의 물고기세상’으로 바꿔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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