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랑은 짝사랑?
기업사랑은 짝사랑?
  • 이상율
  • 승인 2006.06.12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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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전남 여수지역에 ‘기업사랑’ 이라는 훈풍이 불고 있다. 다소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지역내 일부 계층에서 일고 있는 여수산단 입주업체에 대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어서 고무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상호 갈등의 골을 해소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더 많은 업체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노조와 시민·환경단체가 동참해 화합의 틀을 다지자는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원칙에는 찬동하면서도 자칫 들러리가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망설이는 모양이다. 이는 산단내 기업들의 지역사랑 정서가 선행되어야한다는 이유 다.

자칫 짝사랑을 하다 더 깊은 상처를 받을 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기업사랑은 지역과 기업 간의 상생을 의미한다.

상생은 상호간의 사랑이 근간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애정표현이 명확해야하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행여 짝사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 내릴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우선해야 할 일이 있다.
지역사회가 지역 발전을 위한 장단기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산단에 제시하고 모든 기업이 십시일반(十匙一飯)격으로 이에 참여하여 영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하여야 한다.

울산의 SK가 1000억원대의 공원을 기부했고 울산 산단 입주 업체들이 지역에 3005억원대의 사회 간접 자본을 기여했다는데 여수국가산단은 우리에게 무엇을 했는가라는 단순 비교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

무턱대고 어느 특정 기업에다 오페라 하우스나 컨벤션센터의 건립을 요구한다면 이는 일방적 강요 일 뿐 접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다음은 친불친 연고를 이용한 구걸식 기부금을 금해야 한다. 창구를 일원화하고 지역사회와 산단간의 공적 기부나 투자를 유도하고 지역단체가 이를 배분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다.

민.관.산이 공동으로 기업사랑 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를 노사평화 범시민 실천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시민 토론회 개최, 기업사랑 글짓기, 표어 공모전, 기업 견학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여수시의 관문인 석창사거리에서 시청까지를 ‘평화존’으로 지정, 이 구간에서는 반기업적 집회와 비난 플래카드 설치를 최대한 자제키로 하자는 것이다.

이 계획은 감성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구호만 무성할 뿐 실효를 걷기에는 부족하다. 도리어 이를 전제로 지역은 산단내 기업 생산품을 사주기 등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합일된 애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사랑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은 반대한다.

지금의 공발협을 민간 중심으로 아니면 관민이 혼합하여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을 대거 영입해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단체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옥상 옥을 만들어 혼란만 부추기고 별다른 성과도 걷지 못할 위험이 크다. 아울러 여수산단 업체들도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기에 앞서 먼저 “지역민과 미래를 함께하는 기업“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짝 사랑은 슬픈 것이다. 자칫 증오가 되기도 한다. 상생은 상호 믿음과 사랑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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