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착각과 망각
아름다운 착각과 망각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6.05 0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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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창진<논설위원, 여수시민협상임공동대표>
‘묻지마’ 관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묻지마’ 투표이다. 한 가정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을 파탄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그렇게 당선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선자 대부분이 그러한 투표 형태를 부정하고, 자기 자신이 인물과 공약에서 뛰어나서 받은 절대적 지지인 것으로 착각을 한다.

세계화를 논하고 있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선거 결과가 나타났다. 230개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기초 자치단체장은? 67.4%, 광역의원은 79.2%를 차지한 것 등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중선거구제 선거를 한 기초의회에서는 기초의원 2,513명 중 그 정당의 첫 번호인 ‘갗 기호 후보가 당선된 인원은 42%, 1,057명이나 된다.

이런 선거 풍토에서 1등과 당선 회수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복잡한 선거 제도와 제재 위주의 선거법, 특히 방송 토론이 있는 시장에 비해 도의원과 시의원 후보는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상황에서 인물 비교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일부에서는 삐라 수준인 언론이 만들어낸 여론에 따라 전화 여론 조사에 참여하고, 그 언론이 발표한 결과에 따라 선택된 정당에 투표를 하여 사실상 유권자의 의지가 없는 투표였다는 평가까지도 있다.

그러나 당선자에게는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아름다운 착각이 절대 필요하다. 우리의 대표가 아무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수준 이하의 인물이라고 한다면 자존심 상할 일이다.

아름다운 착각으로 남으려면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 다른 시민의 대표로서 달라진 삶을 살아야 한다. 옷차림에서부터 말 한 마디,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 등 달라져야 할 것이 너무너무 많다.

더구나 지방의원까지도 유급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정무직 공무원이 된다. 생업에 종사하고 시간이 남으면 봉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월급 값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 소환제에 따라 언제든지 구조 조정될 수 있다.

그 다음은 아름다운 망각이다. 당선되는 과정에서 여러 모로 도와 준 많은 사람과 정당에 대해서는 그 은혜를 빨리 잊어야 한다.

흔히 4년 임기 내에 밀어 주었던 정당과 인사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 주어야 다음 기회에 또 밀어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관리를 한다. 그래서 각종 이권에 줄 대기와 청탁이 끊어지지 않게 되므로 최종적으로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약속한 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진정으로 고마움에 대한 표시라고 본다.

또, 상대 후보와 정당에 대해서도 서운하였던 것들을 모두 잊어야 한다. 언제든지 협력해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 바로 큰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버려야 할 것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 원칙과 철학이 없이 채택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그런 공약이다. 시민들에게 제시를 하였고, 시민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당선된 지금에서는 상대 후보가 제시한 각종 공약까지 포함해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시민들과 함께 공약을 다시 검토할 기회를 갖고,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한 다음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임기 내 실천 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하면 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깍듯이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지지를 호소하였던 그 자세는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서 생길 우려가 이미 선거 결과에 나타났다. 이것이 임기 4년 동안 중앙정치의 재판으로 나타날 것이 두렵다.

원칙과 상식도 없이 당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패거리 정치가 불 보듯 뻔하다. 내천이 불법적일 때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국회의원과 시장, 도의원, 시의원이 서로 협력해서 지역의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 아름다운 착각과 망각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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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민 2006-06-05 12:36:34
아름다운 착각과 망각이라.
좋으신 글 잘읽었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우리의 대표들이 꼭 읽고,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언론도 정치인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해 감시하고는 기능을 더욱더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 삿대질하고 비판만했지 제대로된 견제기능을 수행했다고
하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너무나 미약했습니다. 선거때 투표한것으로 의무를
다한것은 아니죠.. 아무쪼록 우리가 뽐은 대표선수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계속 지키고,감시하고,의견을 개진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도록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