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함이 서려있는 잉카문명의 찬란함을 맛보다
신성함이 서려있는 잉카문명의 찬란함을 맛보다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6.05.23 09:21
  • 댓글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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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인정한 ‘꿈의 도시’ 브라질 꾸리지바 연수기 10
   
▲ 페루 삭사이와망
“마음의 평화는 어디에서 찾을까?”
드넓은 자연과의 합일 속에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던 잉카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 이길 수 있는 평화와 위안을 선물로 주지 않았을까?

2월 21일, 해외연수 10일째. 새벽 4시 30분 이과수~상파울로~페루 리마로 이동한다. 수속 과정에서 커피 박스가 문제다. 하나하나 낱개 포장이 아닌 전체 짐으로 꾸렸더니 ‘한 사람이 구입한 양을 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

페루는 안데스 산맥과 앙카제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인의 대부 박만복 배구감독은 이 나라에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선사, 우리나라에서 히딩크 감독처럼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페루 가전제품의 75%를 삼성과 LG가 장악하고 있으며, 티고 또한 택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페루 마추피추, 열차파업으로 입맛만 다시고

가이드, 페루 여행의 꽃인 마추피추는 열차파업으로 못갈 수도 있다고 전한다. 열차파업은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수입을 쿠스코 등에서 올리는데 이곳에 재투자하지 않아 지역에 돌아오는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대통령이 쿠스코에서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의 2%를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아 철도를 볼모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한 일정변경으로 3천m 이상의 고산지대인 쿠스코의 고산병을 피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11일째, 새벽 3시 30분 기상, 리마에서 해발 3400m의 잉카 수도 쿠스코로 출발한다. 쿠스코는 배꼽 또는 중심을 의미한다. 즉, 생명탄생으로 태양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을 나타낸다. 인구 40만의 도시 곳곳에 파업에 대비하여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안데스 산맥에 자리 잡은 잉카제국은 케추아어를 쓰며, 파차쿠텍이 1438년 최초로 통합하여 100여년을 존속하였으나 스페인에 의해 멸망하였다. 잉카인들은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으며, 쿠스코 도시전체가 퓨마 모양을 하고 있다.

잉카는 멕시코의 아즈텍ㆍ마야 문명과 함께 중남미 3대 토착문명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도예술과 직조기술 및 세련된 금은 세공술을 가지고 있다. 또 견고하며 거대하고 세밀한 석조 건축으로 기하학적 요새, 공공건물, 신전, 무덤, 도로 등을 만들었다.

삭사이와망, 6월 태양축제로 관광객 사로잡아

잉카의 요새 삭사이와망. 퓨마의 머리에 해당하며, 4월에서 6월에 수확한 곡식을 태양신에게 바치기 위해 매년 6월 태양축제가 열린다. 20% 밖에 잔존하지 않는 성곽과 제단은 잉카 건축의 기본인 3단(1단 지하의 신, 2단 지상의 신, 3단 천상의 신)으로 쌓았는데, 돌의 규모가 300t에서 400t에 이른다.

이 돌들은 근처에는 나지 않아 16㎞ 떨어진 곳에서 통나무와 진흙을 깔아 이곳까지 이동, 자투리 돌 없이 통째로 이용하여 사용했다. 이들은 지그재그ㆍ퍼즐 형식의 내진설계와 배수로 시설에, 문양까지 넣어 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을 과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인공적인 동물형상의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태양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던 이곳은 자연과 합일을 종용한다. 신성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 같다. 고산지대라 머리가 찌근찌근 아파온다.

장례식장 켄코. 입구에 장례의식을 지켜보는 듯한 돌의자가 자리해 그들의 윤회사상을 엿보게 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이곳은 죽은 자를 미이라로 만든 곳이다. 미아라는 30일~40일의 수축과정을 거쳐 웅크리는 모습으로 만들며, 신장 180㎝ 크기를 1m 정도로 축소하여 지하의 신에게 바쳐진 뒤 묘지로 옮겨간다.

푸카푸카라. ‘붉은 여우새’란 뜻의 해발 4,000m에 위치한 이곳은 거의 파괴되어 있다. 제국의 뜻을 전하는 파말마(사람)들의 숙소이며 전망대이다. 파발마의 속도가 동물보다 빠르다. 이는 차스키로 불리는 귀족들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제국의 명령은 구전과 매듭(키푸스)으로 보관되거나 전달된다.

땀보마차이 샘물, 장수의 근원?

생명의 샘 땀보마차이(해발 3,700m). 물의 근원을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뭄에도 물의 양이 줄지 않는다. 원주민들은 이 물로 손과 얼굴을 세 번 씻고 한 번 마시면 장수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오염방지를 위해 출입을 막고 있다. 또 이곳은 왕이 목욕과 휴식을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페루 관광 특산물인 라마 자연박물관. 이동 중 주민들이 도로에 돌들을 흩어 놓았다. 철도파업으로 관광객의 발이 묶인 것처럼 차량이 도로를 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생존을 위한 그네들의 몸짓 앞에서 우리의 시위와 사뭇 다른 느낌에 웃음이 나온다.

박물관. 겉은 짚과 황토, 나무로 되어 지난 날 따뜻했던 우리네 농촌 풍경이다. 다양한 종류의 알파카가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라마 털을 이용해 관광특산품인 알파카 옷, 목도리, 카펫 등을 만든다. 한쪽에선 직물을 짜고 직물 염색하는 광경을 직접 재현하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낮은 평야란 뜻의 우르밤바. 낮다고 하지만 해발 2,800m~4,000m의 고산지대다. 고산에 이러한 곡창지대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곳은 신성한 계곡으로 계단식 경작을 한다. 경남 남해의 ‘다랭이 논’처럼 생긴 ‘다랭이 밭’인 셈이다.

감자 종자만 10,600종에 달해 감자연구소가 있다. 옥수수와 콩, 밀, 호프 경작을 주로 한다. 기후가 좋아 연 3모작을 한다. 농사는 공동으로 재배하며, 공동 분배한다. 이는 과부, 노인, 고아 등 약자를 보살피는 공동운명체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 라마 자연박물관
천년고도 오얀따이 땀보, 물을 다스린 후 도시건설

고산족 원주민 마을 오얀따이 땀보. 평민 출신의 ‘땀보’가 건설한 이 마을은 도로, 배수로, 담장 등 마을 전체가 돌로 이뤄져 있어 그야말로 천년고도다. 이들은 도시 건설에 앞서 배수로로 물을 다스린 후 도시를 건설한다. 자연과 하나 되려는 잉카인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어느 집으로 들어서니 한쪽에 라마와 알파카 대신 고산족의 영양식으로 애용되는 ‘꾸이’라는 ‘쥐과’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중앙에는 죽은 자의 해골과 그가 쓰던 소장품을 두어 환생 시 사용하도록 하였다. 가족들이 수시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초를 배치하고 있다. 마치 움막 같은 느낌이다.

자연을 숭배하는 잉카에서 주술사는 상위계층에 속한다. 우리네 고조선을 떠올리면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일행 고산지대라 머리 아픔을 호소한다. 고산병 해소에는 녹차 맛의 코카차를 마시면 좋아진단다. 기차역에서 마추피추를 보지 못하는 한(?)을 달랜다.

쿠스코는 어디에서나 토산품을 파는 아이들이 따라 다닌다. 눈방울이 너무 맑아 겨우(?) 1 달러하는 물건을 하나씩 사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은 새길만하다.

일행 숙소로 향하던 중 가이드에게 잉카 전통 막걸리 시음을 요청한다. 예정되지 않은 막걸리 맛을 본다. 우리네 시골 구멍가게 같다. 일행들, 고산병에 시달려 거의 고사한다. 요플레 맛이다. 옥수수로 만든 전통 막걸리 ‘시차’는 3도 정도란다. 가게 한쪽에서 우리네 막걸리 내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술을 내리고 있다.

지구 융기 현장, 소금 광산 살리나스

12일째, 2월 23일. 6시 기상, 일행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 설까?, 고산병 때문일까? 잠을 못 잤다 한다. 나무와 꽃이 만개한 쾌적한 방갈로 같은 호텔을 뒤로 하고 우르밤바로 향한다.

낭떠러지 흙길을 따라 3,300m에 위치한 우르밤바의 소금 광산 살리나스. V자 계곡에 계단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흐르는 물에 세수를 했더니 소금 결정이 바로 맺힌다. 이 염전은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암염지대를 통과하면서 바닷물과 같은 농도의 소금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지금도 잉카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소금을 얻고 있다. 지구 지층의 융기를 알 수 있는 현장이다. 잉카인들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이렇게 쉽게 소금을 얻을 수 있어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우지 않았을까?

전망대. 라마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경치를 즐긴다. 저만치 구름이 흘러간다. 이 구름은 시각 높이와 낮거나 같고 높다. 땅을 밟고 있는 중 시야보다 낮게 흐르는 구름과 풍요로운 대지를 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이러한 마음으로 신선처럼 살아야겠다.

   
▲ 소금광산 살리나스
잉카에는 수레, 문자, 철기가 없다


잉카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라마’라는 동물이 수레를 대신하였으며, 키푸스(매듭)가 문자 대신 재산상황이나 건축물 상황, 명령 등을 보관하여 전하였다. 건축물에서 알 수 있듯 석기문화가 발달해 굳이 철기문화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정답은 ‘수레, 문자, 철기가 없다’이다.

3,200㎞의 고원 대평원. 감자 등의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난다. 야마 배설물 비료로 이용해 토지가 비옥하다. 고산에도 마을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포장ㆍ비포장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마을 담벼락에는 선거 포스터 그림과 글들이 벽화처럼 그려져 있다.

칙칙한 느낌의 포스터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 본적지 투표를 하는 관계로 선거 시 대이동이 따른다. 집이 먼 사람은 휴가가 한달에 달하기도 한다. 이 때 급여는 주지만 교통비는 자비이다. 선거를 안할 경우 주민증에 기록되어 이동에 제약이 따르고 200불의 비싼 벌금이 부과된다.

고산족들은 감기를 가장 무서워한다. 의료시설이 없어 폐렴 등으로 번질 경우 죽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망토를 두르는 생존방식을 택하고 있다. 감기와 수두는 스페인이 전해주었고, 스페인은 메독균을 얻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매우 감사히 여긴다. 이로 인해 교민들도 손쉽게 우리의 체질에 맞는 간염 주사를 맞는다. 가이드는 꾸준한 조국의 의료지원과 의류가 부족한 실정을 감안 국내에서 버리는 옷이라도 보내주길 당부한다.

잉카 태양신전 위에 세워진 싼토 도밍고 성당-약탈의 현장

까떼드랄 성당. 도미니꼬 수도원에서 세운 이 성당은 은 300t이 소요되었다. 실내에서 미사를 부분으로 나눠보고 있다. 성수와 성찬을 받고, 기도를 드린다. 흑인 예수상, 금은 제단, 동상, 벽화 등이 눈에 띤다.

성당 앞의 마욜 광장. 축포가 울린다. 분수와 나무, 꽃들이 산책객과 관광객들을 반긴다. 떠날 즈음 시골에서 온 시위대가 프랑을 앞세워 등장한다. 생활이 어려운데 전기ㆍ수도요금 등 공과금이 너무 비싸다는 항의이다. 이곳도 자유로운 시위를 보장한다.

싼토 도밍고 성당. 잉카의 황금궁전이었던 태양 신전 꼬리깐차를 허물고 지은 성당으로 지진으로 세 번이나 허물어졌다. 신부 옷, 장식품, 약탈품을 전시 중이다. 가이드, 남아있는 잉카의 건축에 대해 설명한다.

32각이 나오는 돌, 낙진 설계, 건물 약간 기울어진 피라밋 공법, 보석이 박혀 있었던 돌구멍, 암수공법, 쇄기공법, 좌우공법, 천둥과 번개신전, 무지개신전, 뒤틀림 방지돌 등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 들어도 대단한 건축 미학이다.

잉카의 계율은 “게으르지 않고, 도둑질 않고, 거짓말 않기”이다. 마치 고조선의 8조법금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해가 넘어가면 전쟁을 멈춘다. 이곳은 다른 곳을 정복하여 자기들의 문화를 살찌운 서양의 약탈문화를 느끼게 하고, 묘한 분노감을 일으킨다.

푸른 고지의 평원, 고대 건축물 등 아쉬운 잉카와 작별하고 리마로 향한다. 개인소장품으로 만든 박물관을 찾는다. 이곳은 1층 무기, 2층 금, 지하 고대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의 전시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잉카ㆍ마야문명전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궁으로. 관광객 엄청나다. 남미는 유럽의 광장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이곳은 2002 월드컵 때 교민들의 ‘대~한민국’ 응원가가 울려 퍼졌던 곳이다. 붉은 악마 T셔츠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릴 때 삼상과 LG가 옷을 구해와 교민들에게 전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한다.

해외연수 13일, 14일 이틀 동안 페루 리마 ~ 캐나다 토론토 ~ 벤쿠버 ~ 인천 비행기만 탄다. 벤쿠버에서 단체로 어학연수 온 초등학생을 만난다. 어린데도 영어 배우랴 고생이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 살면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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