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진실, 그리고 531지방선거”
“거짓말과 진실, 그리고 531지방선거”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5.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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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 사무총장>
요란한 차량유세 소리와 함께 5.31지방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온 거리에 다투듯 걸려있는 현수막들은 우리 지역에 정치인들이 이렇게 많았나싶은 현란함을 일으킨다.

또 가는 곳마다 원색 티셔츠 차림의 홍보대가 허리를 깊게도 숙여 인사를 해오는 통에 모처럼 한 표 가진 주권자 대우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모름지기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이 명제만큼이나 현실과 괴리된 사례도 드물다는 것 또한 경험 속에서 명확히 알고 있다.

후보자들의 선거철공약과 허리숙인 인사, 간절하다 못해 동정심까지 유발하는 눈빛들은 선거가 끝난 그 순간 싸늘하게 식어갈 것들이라는 것을 우리네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그런 엉터리 같은 현실을 진실로 믿게 되었다. 선거 때는 어땠는데 당선되고 달라졌다고 분개하는 유권자가 있다면 그는 순진한 부류가 아닌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 그 반증이다.

해방 후 미국식 민주주의를 도입한 이래 거의 예외 없이 반복해온 선거문화풍토의 산물이다.

정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짓말이라는 어떤 설문보고서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있다. 정치인들도 이제는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가진 것은 없어도 그렇게나 당당하던 사회운동가들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는 마치 무슨 죄를 지은 양 전전긍긍한 모습으로 변한다.

사실이 이럴진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천대받는 정치를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하려고 다투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모든 후보들이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도 있고 경영인도 있는가하면 심지어 전업주부도 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정치세계에서 서서히 거짓말과 진실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걸리 한잔에 취해 현혹되었던 무지에서 깨어나 보니 극도의 정치혐오증이나 기피증이 밀려왔다.

이제 이를 넘어서 정치의 실체를 깨닫고 우리 나름대로의 사고구조 안에 자리매김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것이다.

양화를 내모는 악화를 쫓아내기 위해 낙선운동을 하기도하고, 양화를 수혈하기 위한 물갈이운동도 하고, 이제 헛공약 대신 바른 정책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정책세우기 운동을 하는 우리 유권자들의 노력이 이제 조금씩 결실을 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사 이래 시대를 조각내놓고 보면 대개 거짓과 음모, 위선이 한 시대를 점철하고 지배하지만, 시대와 시대 흐름을 보면 결국 진실과 정의, 선한 세력에 의해 역사가 발전해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근현대사 정치역시 극도로 혐오스러울 만큼 거짓과 위선이 반복을 해왔지만, 그래서 영원히 구제불능일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선거를 한번한번 치를 때마다 한줌의 진실을 더하고 한줌의 거짓을 덜어내 한 발짝씩의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한줌 더 보태거나 덜어내 한 발짝을 더 뗄 것인가. 애꿎은 자식들에게 공부 잘하라고 잔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후보들이 내놓은 선거홍보물 공부를 해보자.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진실과 거짓이 보일 것이다.
내 자식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사람답게 살만한 지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후보는 누구이고, 지역을 흙탕물로 흐릴 후보가 누군지 보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투표장까지 옮긴 몇 걸음이 거짓에서 진실로 옮긴 한 발짝이 될 것이다. 5월31일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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