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슴과 함께 ‘금오도’
꽃사슴과 함께 ‘금오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5.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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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83] 남면 유송리/두모리
돌산의 신기에서 도선(渡船)으로 연결된 유송리의 여천 마을은 마을 뒤편에 대대산의 줄기를 타고 대목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산이 뻗어 내리면서 만든 봉우리 2개가 여자의 젖가슴처럼 생겼으며 그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깨끗해 여천(女泉)으로 불리다가 여천(汝泉)이라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마을 북쪽해안 구릉지에선 신석기시대 이후로 사람이 살았던 증거들을 보여주는 돌도끼 등이 출토된 조개더미가 발견되어 사람이 살기 시작한 금오도의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하였다.

유송리의 대유와 소유마을은 유포(柳浦)라고도 부르는데 본래의 이름은 <버들개>로 불려지던 지역이다. 땅이름에서 흔히 보이는 버들개의 이름은 버드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길고 곧게 뻗어있는 지형인 <버든개>란 옛말이 버들개로 변한 경우이다.

이렇게 변한 말 버들개는 한자로 표기하면서 버드나무 유(류)로 훈을 빌려 유포로 불려지며 버들 유로 표기되는 대부분의 땅이름은 이렇게 평평하고 곧게 벋은 지형에서 유래됨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포마을은 <큰버들개> 대유(大柳)와 작은 버들개 소유마을로 나눠지고 소유마을 앞에는 바닷물이 빠지면 목이 드러난다는 뜻의 <물목섬>이 한자로 이름을 갈아입고 수항도란 이름의 마을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아름다운 섬 생활과 노부부의 삶의 애환을 담아 TV를 통해 보여주었던 수항도(水項島)는 본래 이름이 <섬목섬>으로 수항도의 뜻을 가진 <작은 버들개> 마을 앞의<물목섬>의 이름이 한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잘못 기록되면서 바뀌게 된 이름이다.

마을 주변으로 관포수가 사슴을 쫓았다는 <쫓지막터>, <사냥막터>의 이름들이 전해지고 있어 꽃사슴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금오도의 자연환경이 그려진다.

금오도 서쪽 중앙부에 있는 두모리에는 두포, 모하, 직포 마을이 있다.
두모리는 두포(斗浦)와 모하(母賀)에서 첫 글자를 취한 이름이다. 두포의 옛 이름은 봉산의 사슴을 잡기 위해서 관포수들이 처음 도착한 마을이란 뜻으로 <첫개>라 하였는데 이를 한자로 훈차하여 초포(初浦)가 되었다.

그러다 일제시대 행정구역 개편 시에 두포란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두포마을에 전해오는 전설로 옥녀봉의 옥녀가 누에를 치다가 누에고치의 량을 알기 위해 말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말 두(斗)자를 써서 두포라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1885년 금오도에 처음 사람이 살게 된 후100년이 되던 1985년에 이를 기념하는 금오도 개척 100주년 기념비도 처음 사람이 살았다는 이유로 이 마을에 세워져 있다.

모하(母賀)마을은 원래는 이 마을 주변에 목화가 잘 되어서 <목화동>이라고 하던 곳을 목화가 상징하는 길쌈을 하는 어머니의 의미로 모하라 이름 지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보대>라는 땅이름으로 불려졌던 직포(織浦)마을은 마을의 형상이 베틀의 보대집(바디)을 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으로 한자로는 베를 짠다는 뜻의 직포라는 마을 이름으로 바꾸었다.

초포, 두포, 직포, 모하 등 마을 이름에 배어있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섬을 개척하면서 겪었던 애환을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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