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려수도
아름다운 한려수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4.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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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호(서울 강서구 성모병원,의학박사 전문의,재경여수향우회 부회장)
   
한려수도는 경상남도 통영군(統營郡) 한산도(閑山島)에서 부터 충무, 삼천포, 남해도를 거쳐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바닷길을 말한다. 한산도와 여수(麗水)에서 한자씩 따와 한려수도(閑麗水道)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애국가의 한 구원, 화려강산(華麗江山)과 어감이 비슷해서 였을까,아니면 한려(閑麗)라는 글자뜻 그대로 '한가한 아름다움'이라는 의미가 가슴에 전해져왔기 때문일까, 나는 한려수도라는 말 자체에서 웬지모를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곤 했다.

우리나라 8경(景)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려수도는 1986년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산과 바다가 어울리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남쪽바다인지라 어디 한군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한려수도는 세계어디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경관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점점이 박힌 다도해 해상의 크고 작은 기암기석과 영겁(永劫)의 세월에 걸쳐 파도가 조각한 천태만상의 절벽, 메마른 바위를 뚫고 자리잡은 샘열력 강한 조선 소나무들, 그리고 푸른바다위의 하얀 갈매기 떼의 비상(飛上)….

나는 이 한려수도가 해상공원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 아주 어린 나이에 뱃길로 지나가본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6.25직후 아버님은 군의관으로 징집되어 통영에서 한동안 복무를 하셨던 적이 있었다.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엄마 찾아 천리길'이라더니, 나는 동생 현호와 함께 통영의 아버지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고흥 점암에서 버스를 타고 여수에 도착해 선창가에서 하룻밤을 기숙(奇宿)하고, 여수와 부산을 오가던 금양호를 탔던 것이다.

요즘 그 나이 아이들이 단독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어머니의 신신당부를 머리에 새기며 잔뜩 긴장하면서 떠난 그 여행 길에서도 나는 바다의 아름다움에 한껏 심취했었던 것 같다.

배는 여수 오동도를 끼고 두둥실 뱃머리를 바다로 향한다. 남해 노량(露梁)을 거쳐 하동(河東)에 들른후, 삼천포 항에 이르렀다.

어린 형제는 뱃머리에 앉아 오징어 한 마리씩을 씹으며 호주머니속의 배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깊숙한 곳에 넣어둔 비상금을 걱정한다.

그러나 맑은 바닷물 속에 거울처럼 비치는 용왕님의 세상은 현란하기 그지 없었다. 하늘거리는 해초, 갖가지 빛깔의 조개, 물고기 떼들과 그리고 하얀 자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신비로운 경관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뱃전에 붙어 앉아 통영에 닿았고, 아버지가 계시는 군부대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나는 당 동생의 보호자 였다.
잔뜩 긴장한 나와는 달리, 느긋한 동생의 모습에서 보호자를 동반한 여행이 주는 편안함과 보호자의 위치에서 여행하는 사람의 근심과 걱정을 일찍이 헤아렸었던가.

훗날 나는 유럽여행에서 '세계 3대 미항(美港)'이라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관광한 적이 있다. 이미 한려수도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봐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까닭일까.의외로 평범하게 다가온나폴리의 풍광에 적잖은 실망을 했었다.

아직까지 한려수도의 물길을 제대로 감상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 늦기 전에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엔 씽씽 날아가는 듯한 쾌속선이 다닌다는데,그런 배 말고 퉁퉁퉁퉁…거리며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둥실 떠가는 '완행 여객선'을 타야 할 것이다. 굽이 굽이 마다 탄성이 터져 나오고,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답구나 하는 감흥에, 어쩌면 뒤늦게 찾아온 것을 한탄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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