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원인, 보다 근원적인 곳에 있다”
“인구감소 원인, 보다 근원적인 곳에 있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4.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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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 사무총장>
여수시의 인구가 지난 3월31일자로 결국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고 한다. 3여 통합으로 한때 34만 인구를 자랑하며 전남 제1의 도시로 우뚝 섰던 여수시가 이제는 20만 명대의 소도시로 전락해가는 서곡이 시작된 것이다.

인구가 30만 명 이하로 준다는 것은 심리적인 위축뿐만 아니라, 공무원 정원수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감축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시세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012세계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여수시가, 시세가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어간다니 애가 탈일이다. 물론 중소도시 인구감소가 전국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인근 순천이나 광양은 적은 수이나마 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 변명 거리가 되지 않는다.

여수시 당국은 인구감소의 이유를 몇 가지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즉, 반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접근성 불리와 심리적 고립감, 교육환경의 열악함, 수산업 침체로 인한 지역경제의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물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불리한 접근성의 문제를 왜 오늘까지 극복해결하지 못하고 있는지, 교육환경이 왜 열악해졌는지, 지역경제의 불황은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파악은 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그 탓을 돌리고 있잖은가 하는 아쉬움이다.

감기의 원인은 내버려두고 콧물, 기침만 틀어막는 것으로 건강해질 수 없듯이, 한탄만으로는 더 이상의 인구감소방지와 시세 회복을 할 수는 없다. 병의 원인을 먼저 찾는 자세로 여수는 지금부터라도 인구감소의 근원적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궁리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필자 나름의 생각을 보태고자 한다.

첫째, 여수는 3여 통합으로 전남 제1의 도시가 된 후 너무 자만하였다. 행정구역통합은 애당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를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극대화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었다.

다시 말해 이중삼중의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을 줄여서 복지와 교육환경개선 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해야했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통합 8년이 지난 지금도 옛 여수, 옛 여천을 들먹이며 반목과 갈등, 소지역주의 발상이 횡행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금이라도 3여 통합을 시민적으로 합의한 9월9일을 여수시민의 날로 제정하여, 통합의 근본정신과 취지, 향후 효과극대화방안을 온 시민이 함께 모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동네별 나눠주기 식 예산을 지양하고 지역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 쾌적한 환경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려야할 것이다.

둘째, 미래지향적인 도시의 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2012세계박람회가 유치되면 여수는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지역비전은 시민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허망한 비전이 아닌 현실화될 수 있는 비전이 선다.

그런 점에서 세계박람회를 하나의 구호로서가 아니라, 용역보고서에 갇힌 추상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풀어서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10년 후에 내가 살고 있는 여수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런 꿈을 위해 내 역할과 공공기관 등 타 영역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시민적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인구 30만이 무너졌다고 망연자실해할 것만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지역 각 영역이 긴장으로 새로운 비전을 찾아나간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이 가장 중요하듯이, 지방자치제가 성숙해가는 과도기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역시 지역의 비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비용을, 어쩌면 여수시가 지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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