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자주 있으믄 우리야 좋~제”
“이런게 자주 있으믄 우리야 좋~제”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6.04.1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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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2006 실버박람회를 가다
   
▲ 4일 진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실버박람회에 참가한 한 고령 구직자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이동원 기자
“할머니, 이력서 사진 찍는데 웃으셔야 좋은 회사에 취직하죠”
4일 여수시 진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남실버박람회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한 어르신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북적거렸다. 실버 세대의 심각한 실업률을 반영하듯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로 진남체육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여수와 순천 광양을 비롯한 9개 시군에서 참석한 180여개 업체와 공공기관 등이 마련한 60여개의 부스에는 일거리를 찾는 어르신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 한 쪽에서는 YNCC와 대림 한화사회봉사대 한영대학 사회복지과 학생들이 나와 이력서를 대신 써주는가 하면 GS칼텍스 사진동우회에서는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있었다.

나이 65세 미만 제한 … 고령자 발걸음 돌려

이력서 대필창구와 사진부스에는 이력서를 쓰려는 어르신들로 단 십분도 짬을 낼 수가 없을 정도로 부산했다. 구직자들은 대체로 실버 세대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전남도가 마련한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원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소식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왔다”는 박희수씨(79)는 “이러한 박람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에서 왔다는 김봉래(62), 김미자씨(65) 할머니도 “이런 행사가 자주 있다면 조금 멀어도 언제나 찾아와서 일거리를 알아보겠다”며 실버채용박람회가 자주 열리기를 원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문제들도 상당수 노출됐다.
산단에서 28년을 근무하다 얼마 전 퇴직한 이임호씨(57)는 “집에 들어앉아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어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인 데다 보수도 적어 어디에 이력서를 내야할지 망설이고 있다”며 ‘사오정 오륙도’에 실업자를 양산하는 정부정책을 원망했다.

단순노무직·경비직 주류, 일거리 다양화 숙제

그러나 직종과 보수를 걱정하는 것조차 ‘복에 겨운 소리’라며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시켜만 주면 좋겠다”는 장탄식도 들려왔다.

젊은 시절 해운회사를 운영했다는 강석중씨(68)는 “구직자의 나이를 65세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몇 군데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채용여부는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박람회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고령 구직자들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복자씨(81.여)는 “본격적인 노령화시대를 맞아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조정하고, 그 예산을 고령층에 투입해야 한다”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정책에 대한 한가닥 바람도 피력했다.

겨우 일자리를 구한 이들도 아파트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 등 월 급여가 100만원 미만인 단순 노무직이 주를 이뤘고, 사업장 위치가 멀거나 통근버스가 지원되지 않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곳이 많았다.

행사를 준비한 박람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전남동부권의 노인인력들이 얼마나 일거리를 원하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향후에는 이번 박람회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개선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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