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함정
여론조사의 함정
  • 이상율
  • 승인 2006.04.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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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이번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문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한 신문 방송은 물론 정당은 정당대로 심지어 후보 캠프에서 조차 사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선거운동의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어 유권자들은 헷갈리고 짜증스럽다.

여론조사는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하여 실시하는 사회조사의 한 가지로 의식조사라고도 한다. 이 기술의 시작은 1824년 미국 대통령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위하여 신문이 실행한 모의투표로 보고 있다.

뉴욕 헤럴드트리뷴을 비롯한 많은 신문·잡지가 모의투표를 경쟁적으로 실시했다. 당시 전화·자동차의 등록자명부를 바탕으로 다량의 모의투표 용지를 보낸 뒤, 회신되어 온 자료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루스벨트와 랜든이 겨룬 1936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약 1000만부의 모의투표용지를 보내어 약 25%를 회수하였으나 어이없게도 승패가 뒤바뀌기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 통계가인 갤럽이 세운 여론조사소에서는 각 사회층 인구비에 따라서 모집단(母集團)을 설정하는 비례할당법에 의하여 적은 수의 자료로 루스벨트의 승리를 정확히 예측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대량조사 방법보다는 정확한 모집단 설정을 한다면 적은 자료로도 대중의 태도나 의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 시켰다. 이는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일대 전환을 가져왔고 최근 들어 컴퓨터 개발로 분석 능력이 제고되고 정확도가 상승됨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정치. 선거관련 여론조사가 도입된 것은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겨우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도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갤럽은 1987년, 1992년, 1997년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와 1995년, 1998년 지방선거 그리고 1996년 국회의원선거를 정확히 예측하였고 특히, 1997년 대통령선거 예측에서는 대통령 당선자 실제득표율과의 차이가 불과 0.4%P로 전세계에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정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총선,지방선거를 한번 이상씩 치르면서 여론조사의 결과는 적중률이 높은 적도 있지만 어떤 때는 크게 빗나가기도 했는데 이는 조사대상이나 조사방법에서 불성실하거나 편견을 갖고 조사하는 등 기술적 미숙에 연유한 것이다.

여론조사는 우선 조사해야 할 문제영역을 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조사가설(調査假說)의 설정, 조사대상 범위(母集團. 子集團)의 확정, 조사방법의 결정, 설문지(조사표)의 작성, 표본추출, 조사원에 대한 교육, 실제 조사, 점검·부호화·집계·분석이라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편견 없는 정확한 조사가 생명이다. 조사방법은 조사원이 기입하는 방법과 조사대상자가 직접 기입하게 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개별면접조사법은 가장정밀도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점이 있어 기피하고 주로 전화 조사 방법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방법의 여론조사가 빗발치고 있다. 각정당이 공천과정에서 시민여론조사 결과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응답률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가령 조사 대상인원을 200명으로 정한 경우 응답률은 10% 정도로 응답자가 겨우 20명인데다 이중에서도 여성이 70%, 14명에 이르러 이 결과를 정확한 지지율로 보기는 어렵다. 당초 대상을 200명으로 정하고 이의 목표를 채워야 할 경우 약 2,000명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이는 모집단에 대한 비례할당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여론의 왜곡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선거철을 맞아 급조된 여론조사기관의 난립과 불성실한 조사도 응답 기피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후보 캠프에서도 여론 조사기관을 위장하여 조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칫 응답자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있어 응답률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잦은 전화 여론조사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통화를 거부함으로써 심도 있는 조사는 기대 할 수 없다.

따라서 시민 참여 공천이라는 명분 때문에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결정이라는 지금의 공천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직시하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새롭게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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