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나라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를 본다
열정의 나라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를 본다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6.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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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인정한 ‘꿈의 도시’브라질 꾸리지바 연수기 3
   
▲ 상파울로 전경
초등학교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 전날이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무척 몸을 뒤척였었지, 이때는 늦게 잠들어도 일찍 깨었었지, 고향행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어디쯤에선가 코를 간질거리던 비릿한 갯내음에 잠에서 깨면 어느 새 집이 가까워 두근거리는 가슴에 작은 몸서리를 쳤었지, 아마.

2시간이나 늦게 이륙한 캐나다 토론토~브라질 상파울로행 비행기에서 시끄럽게 수다(?)를 떤 세 자매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에 쉬이 잠을 청하지 못하고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웠을까? 지난 해 9월부터 준비한 남미는 내게도 이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12시간을 비행기에서 엎치락뒤치락. 우리네 반대편에 존재한 남미, 12시간의 시차를 가진 남미는 푸르름과 뭉개구름을 안고 있다. 항공사진을 여기저기서 찍어댄다.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부러워한다는 우리네 가을 날씨를 남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11시 10분, ‘브라질은 미국이 입국자들을 한 사람씩 세워 사진 찍고 입국승인 시킨 것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미국도 아무 말 못하고 당했다는데…….’ 캐나다 입국심사 경험으로 긴장하고 있는데 상파울로 공항의 입국수속은 의외로 무난했다.

캐나다의 겨울 날씨와 정반대인 남미여행으로 인해 일행은 화장실에서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학창시절 좀 논다(?)는 학생들이 화장실에 숨어 교복을 훌훌 벗어던지고 사복으로 새 단장하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남미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카니발과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은 한반도의 85배의 면적을 가진 세계에서 다섯 번째의 크기에 포르투칼어를 사용한다. 다른 남미의 나라들과는 달리 포르투칼 국왕이 유럽전쟁을 피해 지내다 왕자를 남겨두고 다시 본국으로 간 사정으로 무혈 독립을 얻은 나라.

브라질은 1억8000여만명의 인구 중 백인 55.2%, 흑인 6%, 인디오 0.2%, 혼혈 38.6%의 다민족 국가이다. 피부로 느끼는 인종차별은 없으나, 일반 이민자들의 상류사회 진출은 거의 막혀 있다. 그래서일까? 평범하게 살려면 브라질이 최고란다.

   
▲ 상파울로의 이베라뿌에라공원.
자존심 강한 카니발과 축구의 나라


한 때 선진국이었던 브라질은 IMF를 거쳐 중진국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 등 관료들의 부패가 주요 원인이다. 미국의 핵우산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구의 산소탱크 역할을 하는 아마존 정글과 커피의 나라. 그렇지만 아이니컬하게 커피의 원산지는 이디오피아란다.

울타리가 없으면 아무나 들어가 무작정 살 수 있는 나라. 법으로도 이들을 쫓아낼 수 없는 나라. 그래서 땅 주인은 ‘내 땅’임을 나타내는 담장을 치는 나라. 감옥에 있는 가족 면회시 여자들은 감옥 내 면회가 가능한 나라. 예식장이 따로 없고 주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나라가 브라질이란다.

거리에 활짝 핀 꽃이 우릴 반갑게 맞이한다. 일행이 탄 버스에는 중형 냉장고와 화장실이 있다. 여행시 불편을 겪는 ‘뒤’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상파울로 거리의 야자수와 나무의 푸르름이 이국정취를 느끼게 한다.

공항 주변의 한쪽에선 판자촌(파멜라)이 우릴 반긴다. 도시로 몰려든 빈민 거주지가 관광객에게 심어주는 부정적 인상으로 철거를 준비 중이며, 정부는 소형 연립주택을 지어 제공할 예정이란다. 땅덩어리가 넓어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한 걸까? 88올림픽 전, 봉천동 일대의 판자촌 철거를 두고 벌였던 우리네의 사투(?)를 떠올리게 한다.

상파울로, 인간이 살기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750 미터 고도에 건설된 도시. 포드,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브라질 최대의 공업도시. 이곳 주변에 인구 6000만이 밀집되어 무분별한 개발로 공해와 오염이 심각하단다. 철도가 없어 차량이 물류 수송을 전담한다. 이로 인해 앞으로 구인난이 예상된단다.

12시 50분, 한인 타운 식당 도착. 지역신문이 미식축구 ‘하인스 워드’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다. “조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민자들의 서러움을 아느냐?”는 내용이다. 구인ㆍ구직광고, 조국과 교민생활 등을 알리는 삶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추장, 불고기, 상추, 된장, 갈치 등 우리네 음식을 맛본다. 스페인에 사는 친구가 “한국 사람들은 금방 티가 난다. 꼬추장 냄새나면 다 우리 사람이다.”한 그 고추장 냄새를 즐기며, 그를 생각해 본다. 열심히 잘 살고 있겠지?

우리 글 간판이 정겨운데, 웃통 벗고 대낮 길거리에서 포커를 즐기는 히피(?)계 사람들, 작은 소란, 무장한 경찰들이 긴장감을 돋군다. ‘어디서 왔노?’ 할머니 한 분이 우릴 반긴다. ‘여수에서요’ 답변에 주름살진 할머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혹여 손주 생각이 났을까?

브라질 교민 이민 역사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떠올리게 한다. 6ㆍ25 전쟁 후 남과 북 어느 곳도 마다하고 제 3세계로 정처없이 떠난 반공포로 50명. 이들이 인도를 거쳐 브라질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5만여명이 대부분 상파울로에 살고 있다.

교민들은 한국인 특유의 근면ㆍ성실로 대부분 중산층 생활을 하고 있다. 고국을 잊지 못하는 부모와 현지에 적응한 자식간 문화ㆍ언어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부모들의 80%가 의류업에 종사하는데 반해 이민 2세들은 의학, 법률, 컴퓨터 등 다른 분야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 브라질 상파울로에 있는 한인타운. ‘동양표구사’라는 한글 간판이 선명하다.
브라질에서 듣는 ‘대~한민국’


식사 후 시티투어에 나서면서 가이드는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자기도 총을 든 강도를 두 번이나 당했다. 치안만 강화하면 살만한 나라인데……. 항상 붙어 다녀야 한다. 분실사고도 많아 가방도 앞쪽으로 단단히 차고 다녀야 한다”며 유치원 가는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단단히 주의를 준다.

은행이 무료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전망대. 2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32층 도착, 3층은 걸어서 올라간다. 상파울로 성당, 물류기지, 교통환승센타, 공원, 한인촌 등 시내전경 한눈에 들어온다. 넓은 땅덩어리와 많은 나무를 제외하곤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도시풍경이다.

길거리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가방을 꽉 움켜쥔다. 노상좌판 형태로 수공예품을 판매하다 리어커와 좌판 등을 챙겨 후다닥 도망가는 사람. 이들을 뒤쫓는 단속반. 잡힌 사람의 좌판을 수색하고, 마약이 없자 좌판을 통째로 압수한다. 모든 재산을(?) 뺏긴 여자와 가족들 울음을 터트리고……. 가난의 굴레, 생존수단! 가당찮게 웃음이 나온다.

곳곳에 광장과 공원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 수많은 일방로들, 무단 횡단자를 배려하는 운전자들, 그야말로 보행자 천국이다. 그러한 사람에 대한 배려일까, 도로를 만들 때 인도 공사부터 시작한단다. 신호대기중인 차량 앞에서 앉은뱅이(?) 꼬마가 동전 돌리기 묘기를 부리며 즐거움을 선사한 대가를 요구한다.

가운데 기둥없이 빨간 콘크리트 기둥 네 개 만으로 세워진 건축물을 지나 1888년 노예해방 기념탑이 있는 자유의 광장으로 향한다. 노숙자와 일본인 거리의 호객꾼들, 어수선한 거리 분위기가 일행을 움츠리게 하지만 자유분방함에서 역동성을 느낀다.

일본인 거리는 연꽃 장식으로 일본 특유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다. 상점을 기웃거리는 일행에게 말을 건넨다. 한국인이라 했더니 ‘아!’ 하면서 뜻밖에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가인 ‘대~한민국’을 외치며 ‘짝짜짜, 짝짝’ 박수를 친다. 다이나믹 코리아!

상파울로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160만평의 이비라뿌에라 공원.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 나무, 잔디에서 누워 있는 이들, 웃통을 벗은 채 걷고,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와 롤러브레이드를 즐기는 젊은이들. 호수 위를 노니는 오리와 거위에게 먹이 주는 아이들, 평화로운 모습이다.

가이드가 우스개 소릴한다. “상파울로 교통국은 3~4년에 한 번씩 불이 나는데 공무원들이 일부러(?) 불을 낸다.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그래야 운전면허증 등 불법 유통물이 합법화 되니까. 브라질은 안 될 것이 없으면서도 안 될 수도 있는 나라이다” 지난 날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꾸리찌바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곳곳에 삼성, LG 광고판이 커다랗게 서 있다. 이곳 사람들은 삼성, LG 제품을 많이 쓰지만 한국회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이미지를 느낄 수 있으면 더 자랑스러울 텐데…….’ 아쉬움을 표한다.

밤 10시 30분, 1시간여의 비행 끝에 드디어 5일간의 공식방문이 예정된 꾸리찌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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