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불로초 전설로 유명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로 유명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3.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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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75] 화정면 월호/자봉/제리도
화정면의 가장 동쪽에 있는 섬 월호도는 우리말 이름이 '다리섬'이었다. 고서를 보면 동국여지승람이나 동국여지지 대동여지도 호구총수 등 에서는 다리도(多里島)로 대동지지에는 다로도(多老島)로 표기하고 있다.

주민들이 전하는 유래는 주변에 여러 섬이 있어서 이 섬 저 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였다거나 마을 앞 해변이 반달처럼 둥글어서 <다리섬>이라 하였다고 전하지만 둥근 산을 말하는 고어 <달>의 의미로 섬의 산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추정한다.

월호도의 마을로는 섬의 이름을 딴 월호 마을과 비자금, 멀칭개 라는 마을이 있으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글생이>에는 불멸의 생을 염원한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이 전해온다.

동남동녀 오백 쌍을 이끌고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 서불은 지나는 곳곳 마다 흔적을 남겨놓았다. 멀리 금강산으로부터 가까운 남해에 이르기까지 지나는 곳의 큰 바위에다 서불이 지나갔다는 뜻의 서불과처(徐市過處) 라는 큰 글을 새겼는데 월호도의 <글생이>와 소리도 까랑포 절벽의 <글생이>에도 서불과처의 글을 남겨놓았었단다.

글생이는 글을 새겨 놓은 곳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전라좌수사 유성채가 새긴 돌산도와 제주도를 지나가던 송시열이 새긴 보길도의 <글쌩이>도 유명하며, 제주의 서귀포는 서불이 고향으로 돌아간 곳이란 의미로 지어진 지명이다.

하지만 월호도의 <글생이> 흔적은 지금 찾을 수 없다. 1959년 남해안을 휩쓸었던 사라호 태풍이 글생이의 절벽을 할퀴고 지나면서 글이 새겨진 바위도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동백이 많이 피는 동백개와 개나리가 많이 피는 개나리 골창, 당산이 있는 땅골, 하늬바람을 막아주는 하늬마지, 넓은 해변인 넙너리와 가매바구, 너울바구, 소들바구, 지름바구, 칼바구, 택바구, 진-선바구 등의 바위의 이름들이 아름다운 바닷가로 이루어진 월호도의 해변의 모양을 대신 전해 준다.

월호도의 북서쪽에 있는 자봉(自峯)도는 큰 새가 앉아있는 모양이라는 좌봉(座鳳)도에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온다. 자봉도를 표기한 한자의 뜻을 풀어서 지어진 이야기로 보이지만 자봉도의 본래의 뜻도 알아내기 어렵다.

폭풍우가 치면 물이 넘어가는 <무너미목>과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면 상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바위에 울타리를 막았다는 <상바구> 전설이 전해져 오며 최근까지도 정월 보름날에는 마을의 무사안녕을 비는 당산제를 성대히 지내었다.

자봉도와 백야도 사이에 있는 섬 제리도는 우리말로는 <질섬>, 또는 <지리섬>이라고 한다. 한자로 저도(猪島), 절이도(折里島) 또는 제리도(齊里島)라 하였고 지금은 제도(諸島)로 표기한다. 길게 늘어선 모양에서 <지리섬>이라 한 우리말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에겐 제비의 사투리 말인 <지비섬>으로 더 각인되어 있다.

제리도는 풍수로 볼 적에 본래 제비 혈이어서 제비섬으로 불렸으며 그래서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지지배배 말을 잘한단다. 오죽하면 벙어리도 3년 제리도에 살면 말을 한다고 전할까.

제리도는 조선시대 말을 키우던 목장이 있었던 섬이다. 실록의 단종2년 1월 8일자를 보면 [의정부에서 병조의 정문(呈文)에 의거하여 아뢰기를, "제리도 목장(濟里島牧場)은 돌산 만호(突山萬戶)가, 송도 목장(松島牧場)은 내례 만호(內禮萬戶)가 관리하는 땅이니, 청컨대 감목(監牧)을 겸임하게 하소서.?하니, 그대로 따랐다." 는 대목이 나온다. 지명에서도 몰장본, 몰내려간 굼턱, 마장, 웃마장, 발안 등의 말과 관련된 지명이 많고 이를 뒷받침 해주는 유적인 목장성이, 폭 3m, 높이 2m, 길이 200여 m 정도로 비교적 잘 남아 있다.

<마장산>이라는 산과, 새참을 나르기가 시집살이 보다 힘이 든다는 가파른 골짜기 <시집골>, 새색시의 방처럼 장롱과 옷걸이가 있다는 <각시굴>의 아름다운 전설도 전해온다. 지금은 주민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다는 마을 이장님의 얼굴엔 마을살림 꾸려나갈 시름이 앞선다.? 올 봄 찾아 올 제비는 박 씨라도 물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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