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산단 건강역학조사에 대한 제언
여수·광양산단 건강역학조사에 대한 제언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2.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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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김신범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다시금 여수산단과 광양지역에 대한 역학조사가 추진된다는 것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미 1996년도에 노동부가 여수산단 지역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그 이후에도 백혈병 환자 발생과 관련한 역학조사 또는 지역 암발생에 대한 조사가 노동부와 산하기관에 의해 실시된 적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조사 결과의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직업성 암은 분명히 다른 지역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작업환경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기획되는 역학조사가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첫째, 암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기 위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암환자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fact)”이다. 그렇다면 우연히 암환자가 많았거나, 작업환경의 어떤 요인에 의해 암환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연이란 것은 한번으로 그쳐야만 한다.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면 필연이 된다.

여수산단에서 백혈병이나 각종 암이 문제된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역시 작업환경 중의 어떠한 요인이 암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린다. 아니 무게 정도가 아니라 “발암성 물질에 대한 노출이 암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사에 임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지난 2년간 여수산단 노동자의 발암물질 노출실태를 조사한 결과 8시간 평균농도는 낮지만 단시간 동안 고노출이 이루어져 충분히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수산단에 대한 노동부의 조사는 단기간 고노출 실태의 위험에 대해 조사한 바 없었다. 이제는 어떠한 발암물질에 대해 어떻게 작업중 노출되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 수행된 많은 연구들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주로 건설노동자들인 비정규직의 경우 조사에서 배제되었기에 어떠한 위험에 놓여있는지 조사조차 미흡한 상황이다. 여수와 광양의 대기업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 역시 건설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묶어 어떠한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위험이 있고, 그들의 건강실태는 어떠한지 기초적 자료를 만드는 목적을 가져야만 한다. 이것은 향후 노동부의 안전보건 예방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도급금지 등 건설노동자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의 적용 범위와 대상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해위험시설 정비보수작업시 안전작업절차의 마련이나 중요 발암물질 단기간노출기준 제정과 같은 효과적 예방정책의 마련과 감독이 가능해 질것이기 때문이다.

신뢰있는 조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조사를 당부한다
첫째,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는 조사 기획과정에서 마련된다
이번 조사에 앞서 노동부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떠한 조사이건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않은 채 진행하면 나중에 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된다.

실제로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유해위험작업의 범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수 있고, 특별히 위험이 높은 작업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역학조사는 반드시 노동계가 참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직업성 암의 위험을 계속 파헤치고 드러내 온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민주노총은 건설노조나 화학섬유연맹 등 산하조직의 진정한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의사반영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문가를 노사로부터 각각 추천받아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신뢰 있는 조사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노사 양측의 추천 전문가들을 받아 이들이 합의하는 기획을 마련하는 것이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임은 분명하다.

둘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노사단체가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사전에 계획을 가져야만 한다.

주요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 주요 상병과 사고에 대한 조사, 주요 위험작업 및 위험요인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향후 여수 및 광양지역 노동자 건강관리에 무엇이 필요한지 체계적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역학조사를 일회성 사업으로 배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사단체는 정부와 함께 공동 대책기구를 마련하여 실천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너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는 동안 노동자의 목숨이 사라진다면 둘 다 옳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여수산단과 광양지역의 노동자 죽음. 이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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