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사람은 갔어도 그의 음악은 영원하다
김광석, 사람은 갔어도 그의 음악은 영원하다
  • 민명기
  • 승인 2006.01.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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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객 사망 10주년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천재 요절, 미인 박명이라고 했던가. 거창한 수식어를 빼고, 공연스레 천재 신화를 들먹이지 않고 말을 꺼내보자. 90년대를 풍미한 가객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매달 이름 모를 신인가수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이제는 제목조차 외울 수 없는 노래의 홍수 속에 살건만 문득 고단해질 때면 어김없이 그의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은 갔어도 노래는 마음 한구석에 저릿하게 남아 있는 것이, 옛날 사진첩을 꺼내보듯 김광석을 돌아보는 이유는 그의 노래가 갖는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은 이들은 김광석의 떠남이 못내 아쉬워 포크음악 선후배들과 팬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공연을 심심찮게 여는 것은 어쩌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음역이 넓진 않지만 감정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김광석의 노래는 남루한 삶의 흔적이 역력해서 듣는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매력이 있다. 낭랑한 목소리로 서정시 같은 가사 한자락을 읊조리며 때론 경쾌하게 때론 우울하게 통키타 음색에 실려온다. 96년 1월6일 서른두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김광석은 6~70년대 김민기, 한대수 포크음악의 줄기를 잇는 90년대 포크의 기수였다.
기본적으로 통키타 반주에 하모니카 정도를 사용하는 음악적 형식과 담백한 가사는 두 선배와 70년대 포크의 전통을 이은 셈이지만 김광석의 음악은 또 달랐다. 사회적 억압이 심하던 시대의 무거움을 직, 간접적으로 음악에 반영하던 70년대와 달리 초점이 개인의 삶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광석의 음악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광석은 대학시절인 82년 동아리 '연합메아리', 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사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노래운동의 주축을 이뤘던 '노찾사'에 계속 머무르기에 김광석은 소소한 일상의 생활과 느낌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결국 노찾사를 나와 동물원을 만들었고, 88년 사색적인 가사와 깔끔한 포크선율이 돋보이는 동물원 1집을 내놨다. 특히 김광석이 부른 '거리에서'는 가수 이름은 몰라도 노래는 알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아마추어로 남은 동물원과 달리 김광석은 전업가수의 길을 걸었다.
김광석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1년 독집 2집을 발표하면서부터, 애틋하면서 청량감 있는 사랑 노래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감상적인 가사와 선율의 포크 발라드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고 김광석이 사랑타령 일색의 포크 발라드에 안주한 것만은 아니다. 사랑노래 역시 개인의 삶과 희노애락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다. 일상에 대한 진솔한 애정은 92년 3집에서 2집의 서정적인 사랑노래와 사람에 대한 담담한 단상들을 함께 털어 놨다.
94년 4집에 이르면 이는 절정에 달한다. '서른 즈음에'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갖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과 쓸쓸함을 절절하게 읊는가 하면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는 다시 또 희망을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김광석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쉼 없이 소극장 라이브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김광석은 89년 10월부터 시작해 95년 8월까지 1천회가 넘는 공연횟수를 기록했다. 나직하고 친근하게 노래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감성적이고 편안한 자리로 소문났다. 지난 1월 추모공연이 열렸던 학전블루 소극장은 김광석이 가장 공연을 많이 벌였던 무대이기도 하다.
유행을 쫓지도 않고 고집스럽게 기타와 하모니카 위주의 포크를 고수한 이 가객의 음악은 이제 듣는 이의 귓전에, 가슴에 남은 추억이 됐다. 모처럼 서랍 깊숙이 묻어 두었던 먼지 낀 테이프를 들춰내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옛 추억의 그림자로, 잠시나마 일상에서 일탈할 계기가 될 것이다.
<1999년11월16 자 웹진 더럽지에 쓴 글 재 구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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