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정보 공개는 사생활 침해
질병정보 공개는 사생활 침해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2.23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난중일기] 이상율 <주필>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이 환자의 가족에게는 환자의 상태를 자세하게 알려주지만 환자 본인에게는 직접 알리지 않거나 알리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환자에게 질병의 상태를 알리지 않는 것은 환자에게 절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고 알리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의 질병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환자의 질병 정보를 마음대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전체국민의 3분지2가 질병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반발이 거셀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질병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이다. 개정안은 건강보험관리공단 및 심사평가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질병정보를 보험개발원에 제공, 민간보험회사가 이 자료를 공유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 민간보험을 활성화 하겠다는 재정경제부의 계획이지만 국민의 사생활 보호는 뒷전에 두고 민간보험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처사로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은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재경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개인질병 정보를 보험개발원에 제공해 민간보험을 활성화 한다는 내용을 보험업법 개정안에 담았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권고로 삭제된 바 있다. 그런데도 다시금 이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이해 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에는 의료보험으로 진료 받은 모든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는 이 진료기록이 민간보험업계에 제공된 일도 있었다. 보험모집인은 보험가입자가 발생하거나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진료기록을 신청 그 결과에 따라 가입을 해지하거나 병력을 트집 잡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그 부작용이 심각해 폐지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질병정보가 공개될 경우 곧 개인의 질병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즉 보험가입의 문호가 좁아지고 병력노출로 결혼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생활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개인의 여러 가지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제3자에게 노출되고 이용되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민간단체들은 질병정보를 공유할 경우 이 자료가 유출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어 사생활 보호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진료기록을 원천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는 형편에서 민간보험에 질병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스러운 일이다.

1980년 국제협력기구는 사생활보호와 개인정보자료의 국제 유통 지침에 관한 이사회 권고안을 채택하여 모든 가맹국들로 하여금 국내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사생활보호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재경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자 질병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제공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발의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보험업계나 정부도 국민의 인권을 불모로 하여 해결하려는 편의적 태도를 버리고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과 강화에 힘쓰는 것이 바른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