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공유하고 수용하는
사고 넓어져야 창작 가능
서로 공유하고 수용하는
사고 넓어져야 창작 가능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2.0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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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신병은<논설위원, 시인>
   
2005년, 올 한 해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사의 재발견, 문화적 충격과 흡수, 쇼크의 즐거움, 컬러의 재발견, 빈과 부의 양극화 심화, 광기어린 신드롬 등 삶의 트랜드가 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가벼운 인식과 삶의 일부분을 다시 편집할 수 있다는 생각, 인생도 재부팅할 수 있다는 생각, 즉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보자” “ 안되면 다시 하면 된다”는 식의 reset증후군이 2005년을 특징 지우고 있다.

욕구, 가치, 믿음, 태도 등의 인간의 전통적 요인들은 하찮고 귀찮은 것으로 전략되어 버려진 채 단선적인 의사결정 구조만을 가진 개인주의 문화도 팽배해지고 있다.

전통은 현재의 뿌리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창조는 있을 수 없다.

개혁은 전통을 밑거름으로 하여 방향성을 재수정하고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므로써 가능한 창조적 행위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모든 면에서 전통이 뿌리채 뽑혀 내 던저져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진 지 오래다. 전통의 부정은 정체성과 가치관의 부정이고 현 자기존재의 부정일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종전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뀌었고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이 마련되어가고 있다. 명칭의 변경은 단지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내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어떤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한다.

그러나 예술인들 당사도 그 변화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새로운 중앙집권적 조직망이 설정.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개혁은 기존의 것에 대한 철저한 부정부터 출발한다는 원리는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새로운 정책적 대안이나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일단 이렇게 바꿔놓고 보자는 식의 변화는 철없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공연하게 기존의 단체인 한국예술인총연합회가 해체되어야 하느니, 또는 없어져야 한 단체니 하면서 술자리의 안주감으로 삼는다는 후문이 들려오기도 한다.

물론 기존의 단체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권에 기대어 기득권을 챙겨온 예술인도 문제이고 창작활동보다는 잿밥에 더 목적을 두는 사이비 예술인도 문제다.

그렇지만 그것은 소수 몇몇에 불과하다. 대다수 많은 예술인들은 바라는 것 없이 예술 그 자체에서 삶의 의의를 찾으면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흔적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적 혼이 아닐 수 없다.
소수의 힘이 다수의 힘을 좌우해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는 조화와 포용이 필요하며, 조금만 성향이 다르면 배척해버리고 단정적으로 결론지어버리는 사고의 폭력성은 사라져야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반성과 전망,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정책적인 해법이 많이 있는데도 무조건적인 전도만을 주장하는 태도는 보수와 폭력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여기에서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런 쓸데없는 소비와 횡포에 시달리는 것은 문화예술인이 아니라, 국민일 것이다. 그것은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인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인내가 없는, 전통과 역사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없는, 진보란 허울좋은 기질적 특징만을 내세우는 그들에게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새로운 인물들이 아니라 또 하나의 아픈 역사를 출발시켜는 오류일 것이다.

진정한 창작은 서로의 가치관과 사고, 설혹 반대편의 주의나 사상도 부정만 하지 않고 서로를 공유하고 수용할 줄 아는 사고의 넓이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이제 서로 껴안고 협력하고 포용하는 아름다움이 강조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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