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사망에 무관심한 사회
영아 사망에 무관심한 사회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5.12.02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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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의 렌즈속으로 4]
   
11월 25일 오후4시께 휴대폰의 진동음이 요란하게 떨렸다. 낯선 번호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send'버튼을 눌렀다.

"보건소에서 예방접종한 4개월된 신생아가 뇌사상태에 빠져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니 확인해 봐라"는 제보 전화였다.

다급히 사실확인에 들어갔다. 영아 고모 양의 아버지는 이미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였다. 고양의 아버지는 "오늘이 고비가 될 것같다"며 울먹였다.

남의 일이 아니다싶었다. 하루에 수백명이 인근 보건소를 찾는 현실을 감안할때 백신 접종에의한 사고로 밝혀질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사퇴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고양은 지난 11월 23일 광양시 중마보건지소에서 'DTaP'(개량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폴리오'(척추성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한 후 다음 날 오후 10시께 피와 우유를 토한 채 의식을 잃고 말았다. 병원으로 후송돼 2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의식없는 영아에게 과도한 심폐소생술은 '다발성 장기손상'까지 겹쳐 결국 접종 3일만인 26일 새벽 5시께 눈을 감고 말았다.

고양이 사망한 날 서울 동작구보건소에서도 4개월된 남아 김모 군이 동일한 백신 접종 후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해당 보건소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영아 유족들에게는 아무런 사과나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사고 무마에 급급해 유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28일 국과수 부검 결과를 '백신 접종에의한 사망이 아니다'고 서둘러 공식 발표를 했다.

부검 집도의가 최종 결론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발표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한 모든 영아에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백신과 무관하다는 말도 보탰다.

이 발표에 유가족은 물론 경찰도 "질병관리본부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또 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은 뭔가.

멀쩡한 아이가 일반병원에서 접종할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보건소에서 접종하자 사망했다면 당연히 백신과의 연관성에 대해 취재가 있어야 하지만 언론은 '보건소에서 접종한 아이가 죽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백신과 무관하다'는 보도외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언론은 같은 시간대에 이건희 딸의 죽음에만 경마식 보도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재벌가의 딸의 죽음에 주목하는 언론의 눈은 평범한 한 가정의 영아의 사망에는 장님이였다. 슬픈 현실이다. 가슴이?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의 아버지는 딸이 먹었던 우유병과 피를 토해 낸 옷을 내보이며 "공짜 주사가 딸의 생명과 맞바꿀 줄은 꿈에도 모랐다"고 비통했다.

정부 당국은 지금이라도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 말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당신들의 아이가, 당신 자식들의 아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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