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비서실장에게 건네진 돈 보고 받아
[cbs] 비서실장에게 건네진 돈 보고 받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1.28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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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 23일 구속 수감된 조충훈(53) 순천시장이 비서실장 류모(41·구속)씨를 통해 건네진 돈에 대해 류씨에게 보고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 시장은 또 시장 집무실에서 돈을 직접 받기도 했으며 시청 직원 근무복 납품 대가로 류씨에게 전해진 돈 대부분을 가졌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이다.

이같은 사실은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청구한 구속 영장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조 시장이 출석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조 시장의 혐의는 모두 5가지.

1)스포츠센터 건립 건

지난 2003년 1월 시장 비서실장실에서 순천시 W스포츠센터(이하 센터) 건립과 관련해 각종 편의를 부탁한다는 취지로 츠센터 대표이사인 김모씨가 류씨에게 천만원을 줬는데 이를 받은 혐의이다.

김씨는 센터 부지를 매입한 직후 돈을 건넸다.

센터는 교통 영향 평가를 피하기 위해 지상 3층 규모로 건축 허가를 낸 뒤, 다시 건축 허가 변경을 통해 9층으로 늘렸다.

2)직원 근무복 건

시청 직원 근무복에 대한 납품 사례로 조모(39·구속)씨가 2003년 2월 류씨에게 송금한 천 700만원 가운데 천 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H주식회사는 2002년 12월 고어텍스 원단의 근무복 천 288벌, 1억 6천 872만 8천원에 대해 납품 계약을 했고 이후 추가로 199벌, 2천 606만 9천원 어치를 계약해 모두 천 487벌, 1억 9천 479만 7천원을 순천시로부터 지급 받았다.

3)레미콘 회사 건

2003년 3월 시장 집무실에서, 순천시 모 레미콘 회사 대표가 "시가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서 레미콘 납품의 편의를 봐 달라"는 뜻으로 준 200만원을 직접 챙긴 혐의도 포함됐다.

이 레미콘 회사는 2002년 1년간 순천시 읍면 사무소가 발주한 관급 공사에 수의 계약을 통한 레미콘 공급 횟수가 30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두 달 간 순천시 읍면 발주 공사에 67차례나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2개월의 납품 실적이 예년의 연간 실적보다 2배 이상 되는 셈이다.

4)쇼핑센터 건

순천시내 C쇼핑센터 건축 허가 과정에 있는 업체의 대표인 최모씨가 2003년 3월 비서실장실에서 "건립을 둘러싼 편의를 부탁한다"며 류씨에게 교부한 천만원을 조 시장이 건넨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최씨로부터의 천만원 수수에 대해 조 시장은 류씨에게 보고 받았음을 인정했다.

C쇼핑센터는 2003년 2월 건축 허가를 신청했으나 순천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보완 후 재심의 결정을 받았다.

이어 3월 19일 재심의 결과 조건부 가결 결정 이후 3월 26일 건축 허가를 얻었다.

조 시장은 1)~4)에서 수수한 3천 700만원을 대학원 등록금과 카드 대금 납부, 시장 선거 당시 벌금 납부, 자녀 미국 유학 비용 등 개인 용도로 썼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5)'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 건

CBS는 이 건에 대해 그 동안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보도했는데 검찰 역시 수사력 대부분을 이 사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재단법인 '뿌리 깊은 나무'(이하 재단) 이사장 차모씨는 2003년 9월 "순천시가 박물관 건립 비용 21억원을 지원해 준데 대한 사례 등 명목으로 순천시장에게 전해 달라"며 브로커 조모(39·구속)씨에게 5천만원을 송금했다.

조씨는 이 돈을 "시장에게 전하라"며 류씨에게 건넸고 류씨가 이를 시장에게 보고하자, 조 시장은 "돈을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시장은 이어 류씨에게 "돈을 서울에 있는 (시장)여동생에게 가져다주라"고 시켰는데 검찰은 이것을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시장은 이 부분을 두고 측근인 김모(도피 중)씨의 지시로 류씨가 여동생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차씨와 조씨, 류씨의 말을 종합한 결과, 김씨의 지시가 아닌 시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보조금이 21억원으로 결정된 것은 총 사업비가 30억원을 넘으면 전라남도의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기때문에 피하기 위한 것이며 총 사업비를 29억원으로 산정한 다음 재단쪽 부담 8억원을 공제한 21억원이 시 부담이다.

검찰은 이같은 보조금 산정 기준이 설계나 비용 검토 등 적정한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순천시가 자체 지원할 수 있는 30억원 미만을 염두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2002년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박물관을 보성군으로 옮길테니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고 군에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고 같은 해 12월 순천시로 바꿔 지원을 요청했다.

순천시는 이에 대해 "낙안읍성 내에는 신축 자체가 불가능하고 근처 지역에도 예산 투자에 따른 반대 여론이 있어 재단 문화재를 기증하지 않는 한 불가하다"는 방침을 알려, 박물관 이전 사업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03년 1월 차씨는, 순천시장 선거에 도움을 줘 시장과 친분이 있는 조씨와 함께 시장실을 방문해 거듭 부탁한 뒤 5월에 "박물관 건립 부지는 재단에서 사되 건립 비용은 시가 부담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재단은 더 나아가 21억원의 보조금으로는 2개 동 밖에 건축할 수 없어 추가로 2개 동을 더 짓기 위해 20억원이 또 필요하다며 순천시와 접촉했다는 것.

# 체포 영장 청구 계획

검찰은 당초 조 시장에 대해 지난 8일 나와 줄 것을 통보했다.

조 시장은 그러나 이 날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8시까지 출석하기로 했으나 다시 오후 1시로 연기했고 1시에도 나오지 않자 검찰이 체포 영장을 청구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는데 결국 오후 2시가 돼 출석했다.

검찰은 출석 전 날인 7일 조씨와 류씨가 "5천만원을 시장 지시로 여동생에게 줬다"는 진술을 한 것을 조 시장이 전해듣고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출석 요구에 응하지 못할 만큼 뚜렷한 질병이 없는데도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았다"며 "출석한 이후에도, 수족과 같은 류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조 시장은 이에 앞서 검찰에 전화해 "구속이 두려워서 출석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으며 검찰은 "조사 후 귀가를 약속할 테니 출석해 달라"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 검찰의 고민

검찰은 "민선 1, 2기 순천시장이 사법 처리된 점에 주목하면서 수사 이후 잇따른 탄원서와 기자회견 등을 보며 지역 여론을 존중해 불구속 상태에서 엄정 수사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 시장은 "시장 취임 4개월 만에 김경재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그 이후에도 각종 뇌물 수수 혐의가 나타나 도덕적 비난은 물론 깨끗한 시정을 염원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범행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고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부인한데다 중형 선고 예상을 앞두고 달아날 우려가 있다"며 구속 수사 의지를 다졌다.

검찰은 결국 "조 시장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해 결백하다"고 주장한 것을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봤고, 여러 탄원서 제출 또한 "수사 기관에 압력을 넣으려는 태도"로 해석했다.

고영호 : news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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