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돌멩이, 풀 한포기도 모아서”
“길가 돌멩이, 풀 한포기도 모아서”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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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최근 방폐장 유치를 위한 군산시와 경주시의 한판 전쟁이 치러졌다.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률이 높은 경주시로 후보지가 결정되고, 이에 밀린 군산시는 목하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찬성했던 시민들이나 단체는 반대했던 측에 대해 노골적인 원망과 테러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자동차기업노조가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 회사에서 만든 차량이 연일 불타는가하면, 한 동네 안에서 선후배간에 원수지간이 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불과 2년 전 방폐장을 거부하기 위한 부안군사태를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치 않는 혼란을 느낀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3천억원 지원’이라는 정책으로 상징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핵의 위협도 환경파괴의 위기의식도 먹고살 지역 만들기라는 명분 하에서는 뒷전이 된 것이다.

중앙집중적 권력구조의 해체, 지방자치제의 내용적 정착 과정에서 빚어지는 매우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우리가 살 길은 우리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와, 우리가 잘만하면 서울 못지않은 살만한 세상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이제 지역들은 분기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도지사가 중앙정부에 대항하여 삭발농성을 하는가하면, 작은 농촌의 자치단체장이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모습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할 정도가 되! 었다.

이쯤해서 우리 여수를 돌아보게 된다. 반도국가에서도 최남단 반도인 여수, 1차 산업사회에서 누리던 풍요의 추억을 2차 산업사회에 고스란히 내주고, 기반빈약으로 기대조차 못해보고 3차 산업시대에서 뒤지고 만 여수, 번뜩이는 눈빛으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타 지역사람들의 모양새가 영 점잖게 보이지 않아 마땅찮아하는 여수, 그러면서도 수상한 시대흐름에 막연한 불안에 떨고 있는 여수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

균형발전이니 혁신이니 신산업이니 하면서 타 지역들이 나름대로 살 길 찾으려 길길이 뛰어다닐 때 여수는 근10여년을 세계박람회에 몰입하였다.
정치 탓도 시대 탓도 있었지만 아직도 그 결말을 보지 못한 채 앞으로도 몇 년을 더 몰입해야할 판이다.

그래서 박람회는 여수에게 하나의 방향타가 되어있다. 유치되면 지난 10년을 보상받고 그 위에 앞으로의 수십 년을 끌어갈 견인차가 되겠지만, 만일 물거품이 되면 그 후유증은 군산시에 비길 바가 못 된다.

지금 여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역역량을 총화 해야 한다. 씨줄과 날줄이 되고, 베틀이 되는 지역자원이 다 모여 여수라는 지역의 베를 짜야한다. 튼튼하고 규모 있는 천에 아름다운 무늬도 넣어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들까지 넉넉하게 감쌀 수 있는 베를 짜야 한다.

이를 위해 길가의 돌멩이 하나, 풀뿌리 한포기도 소중하게 모아야한다. 서로를 새롭게 봐야한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한다.

그리하여 따뜻한 인심으로 서로를 위하면서 오순도순 살아갈 것인가, 원수 같은 이웃으로 불편한 세상을 견뎌야할 것인가, 지금 여수는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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