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서 노인이 건네는 소주한잔에 웃죠”
“산꼭대기서 노인이 건네는 소주한잔에 웃죠”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11.2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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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배달업자 배양수씨
주문량 줄고 일정치 않아 생활고 불가피
   
“시한에 지일 중요한 게 연탄불 잘 피운 것 아니었는갚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집에서는 연탄을 겨울용 연료로 사용했다.

공간이 넉넉한 집에서야 마당 한 구석에 창고를 따로 만들어 쌓아두었지만 웬만한 가정들은 부엌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공간활용의 묘미를 살려야 겨울 추위를 막아낼 수 있었다. 이렇듯 있는 집이든 없는 집이든 겨울나기는 제대로 된 연탄난방에서 시작됐다.

연탄 가는 시간을 제때 맞춰야 했고, 혹 꺼져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옆집에 불을 빌러 가거나 번개탄을 찾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시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다. 한번 꺼져버린 연탄불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 연탄가는 시간 맞추는 것이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기도 했다.

서민들의 겨울나기 필수품이었던 연탄공급에 나선 지 20년째 접어드는 배양수씨(50)

20대 중반 부모의 일을 물려받아 시작한 것이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벌이가 괜찮았어. 연탄가게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배달만 해도 그럭저럭 벌이가 됐으니까”

배씨의 일과는 새벽 6시 무렵 시작된다. 개당 4kg에 이르는 연탄 2천장 가량을 배달하고서야 하루생활을 접는다. 최근에는 배달량이 줄어든 반면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순천, 고흥, 하동 심지어 남해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오면 먼길 마다않고 배달을 가야 하는데 주문량은 고작 한 동네에서 1백-2백장 정도라는 것.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저녁 7시. 밥을 제 때 못먹는 것은 이제 일상생활이 돼 버렸다.

“1백개를 주문해도 가야제, 돈도 돈이지만 그 분들 생각하면 하는 수 없이 가야제. 요즘 연탄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렵게 살아가는 형편이지만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니 그것보고 또 가곤 하제. 그래야 맘도 편하고”

이렇게 하루 배달하고 손에 쥐어지는 돈은 5만원정도. 그나마 차량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한달 기껏해야 겨우 70만원 정도 벌이가 된다.

성수기인 겨울이 끝나면 이정도 수입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비수기인 봄부터는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20년 지게짐 생활에 온몸이 상처 투성이구만. 올해 좀 늘었다고는 한디 그게 어디 는 것이것는가. 워낙 없던 작년보다 좀 늘었다는 것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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