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변호인도 눈물 보인 영장 실질 심문(전문)
[cbs] 변호인도 눈물 보인 영장 실질 심문(전문)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1.07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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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명 모두 영장 청구?

5일 낮 12시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316호 영장실질심문 법정.

11일간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61명 가운데 박정훈 지회장 등 14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야간 집단 흉기 등 주거 침입)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돼 영장 실질 심사가 진행됐다.

실질 심사는 박현수 판사가, 변론은 변호사 2명이 각각 맡았다.

변호인은 "백성진씨 등 4명은 경찰과 마찰이 없었던 Q동에 있었는데 A동에 있었던 노동자들과 같이 구속하려는 것은 무리이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시너와 윤활유, 가스통, 산소통 등 인명 살상 물품을 준비한 것이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며 "61명 전체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농성에 들어가게 된 동기와 처한 경제적 형편을 감안해 14명만 청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행위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거꾸로 가는 검찰

변호인은 이에 대해 "유신 시대도 아니고 검찰이 거꾸로 가는 같다는 생각"이라며 "자진해서 농성을 풀었는데 10여명을 한꺼번에 구속하려는 대규모 사건은 뜻밖이다"고 언급했다.

현대하이스코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서는 "250명이 정규직이고 480명이 비정규직으로 현대하이스코가 제공하는 설비, 결정하는 근로조건 및 임금에 실질적으로 따른다"며 "하청업체는 원청에 따라서 하루 12번도 폐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단지 A동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간 역할 분담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양형을 정할 때는 구체적 역할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의원'의 정체성에는 "대의원은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하지 않아 아무것도 아니다"고 응수했다.

특히 "엄하게 사법책임을 물을 수록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히려 원만한 노사관계 정착에 걸림돌이 된다"고 검찰의 논리를 반박했다.

이와함께 "사측은 끝까지 협상에 안 나오는 것이 관례인 실정"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공권력 투입 엄포를 내는 국가는 없는데다 콩고도 그렇게는 안한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계속해서 "사측이 실질 사용자라는 것이 통설이다"며 "노동법 공부 좀 하시라"고 검사에게 충고했다.

# "변호사도 울었다"

이 변호인은 검찰을 향해 "회사쪽 논리만 그대로 받아들이느냐"며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말 끝을 흐리면서 변론 도중 울음을 쏟아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법정에 있던 10여명의 형사 가운데 일부도 눈시울을 붉혀 착잡함을 더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박 지회장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회사마저 없어졌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린 채 흐느끼고 말았다.

박 지회장은 "공권력 투입 안 한 경찰에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수갑과 포승에 묶여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경찰 버스에 올랐다.

# 모두 내 책임

박 지회장은 이에 앞선 심문 과정에서 "크레인 농성과 식량 식수 등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준비했다"며 줄곧 "지회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비정규직지회 회의 직후마다 회의 내용이 경찰 정보과에 곧바로 흘러들어가 최대의 보안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영장 실질 심사는 1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마무리됐고 변호인은 울먹이며 노동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법정을 나왔다.



고영호 : news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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