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가락에 묻어나는 거문도 문화
노랫가락에 묻어나는 거문도 문화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11.0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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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 섬을 찾아서 - 기획취재 3] 거문도 2
   

“민물고기 썰물고기가 어야뒤야 /우리 그물에 다 들어오소 / 어야뒤야 우리 배가 만선만 허면은 / 어야뒤야 술도 놓고 노래도 부르고 / 어야뒤야 춤도 추고 /거드렁 거리세 어야뒤야 ”

거문도는 그 기이한 역사만큼이나 섬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그 문화는 ‘거문도 뱃노러로 귀결된다. 거문도 사람들의 주 생활무대인 바다와 깊은 관련을 맺은 때문이다.

1972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민요로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온다. 거창하게 문화재라 불리울 것도 없다.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생활이다.

노래가 주가 되고 노랫말에 어울리는 춤동작이 뒤를 따르는데 고사소리·놋소리·월래소리·가래소리·썰소리가 있다. 고사소리는 고기잡이를 나가기 전에 용왕에게 풍어를 비는 의식요(儀式謠)이다.

놋소리는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가며 부르는 노래이며, 월래소리는 쳐놓은 그물을 끌어당기며 부르는 소리, 가래소리는 그물에 잡힌 고기를 배에 퍼담으며 부르는 소리이다. 끝으로 썰소리는 만선의 기쁨으로 돌아오며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이다.

이 가락은 400여년 전부터 전해져 지금도 불리워지고 있는 소리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편린이 묻어 난다.

삶의 힘겨움 노래로 풀어

거문도 최북단 마을인 서도마을에는 잊혀져가는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뱃노리 전수관이 자리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박제된 공간에서 바닷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옛것을 지키고자 했던 섬사람들의 의지의 표현이지만 세월의 흐름 앞에 닳은 콘크리트 건물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념도 잠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흥얼거림이 귓전을 때리면서 콘크리트 공간이 아닌 거문도 사람들의 가슴과 생활에 살아 꿈틀대고 있음을 확인한다.

전수관에는 거문도 뱃노래 말고도 거문도를 지키고 섬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소리가 있다.

칡넝쿨이나 짚으로 밧줄을 꼬면서 노동의 고달픔을 잊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는 일종의 노동요인 ‘술비소리’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 칡넝쿨을 베어오고 짚을 모아 갯가에서 밧줄을 꼬면서 흥겹게 부르는 이 노래는 섬사람들의 협동심을 고취시킬 뿐아니라 섬사람들의 끈질긴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거문도 술비소리’도 1979년 전남을 대표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해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닥생활이 월메나 댄줄 알어? 긍께 잠시 잊어보겄다고 입안에서 흥얼거리던 것이 노랫가락이 돼 부렀제”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말에 고개를 돌려본다.

“그래도 자연에 수긍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을 알아서 고단함을 잊고 이렇게 살아온 것이제”라는 노인의 소리가 이내 가시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거문도의 매력이다. 자연에 역행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던 섬사람들이다.

백가지 즐거움이 있는 백도 유람

어느덧 거문도 뱃노래의 후렴구를 흥얼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거문도 뱃노래의 거문도 탐방길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백도다.

거문도를 출발해 파도를 헤치며 뱃길로 1시간 남짓 달렸을까.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가로막고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우뚝 솟은 섬무리를 만나게 된다. 백도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39개 무인군도로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뉜다.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 졌으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상백도 등대 섬만이 배를 댈 수 있는 접안 시설과 식수가 있다.

백도라는 이름은 섬이 수없이 많아 세어 보고자 해도 썰물과 밀물에 의해 정확히 셀 수가 없어 대략 100개쯤 된다 고하여 백도(百島)라 하였는데 실은 하나가 모자란 99개라하여 일백백(百)자의 일(一)을 빼버린 백도(白島)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하며, 멀리서 보면 섬이 온통 희게 보인다하여 白島라고도 부른다.

새하얀 물보라와 함께 만난 백도는 이름처럼 백가지의 즐거움을 건넨다. 누가 이름지었는지 모를 기암괴석들이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채 바다를 지키고 있다.

옥상 황제가 연락을 취하던 나루섬이요, 하늘에서 내려온 신하 형제가 숨어있는 형제바위, 옥황 상제의 아들과 풍류를 즐기고 새를 낚아채려다가 돌로 변했다는 매바위, 옥황 상제의 아들이 바위로 변했다는 서방바위와 용왕의 딸이 바위로 변했다는 각시바위, 그들의 패물상자였다는 보석바위 등등이다.

시각의 즐거움은 거문도를 떠나기 전 들렀던 뱃노리 전수관에서 흥얼거리던 소리를 되내이게 한다.

“...진태중이 떠나간다 술렁술렁 배질이야/ 이 돈 벌어 뭐할 거나 늙은 부모 봉양하고/ 어린 자석 길러내서 먹고 쓰고 남은 놈은/? 부귀영화로 살아보세...”
거문도 사람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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