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산업단지(EIP)로 가는 길
생태산업단지(EIP)로 가는 길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0.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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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나종훈 <논설위원,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 사무국장>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산업단지가 친환경 산업단지로 화려하게 거듭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10월 17일 여수, 포항, 울산산업단지 세 곳을 시범 생태산업단지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은 앞으로 5년간 물질·에너지교환망의 평가 및 최적화, 지능형 생태산업망 최적관리시스템 개발, 생태산업단지의 통합환경경영시스템 개발, 석유화학 EIP구축 기획, 전문가 양성 교육 등 4개 분야로 각각 추진된다.

이같은 시범사업에는 약 34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 중 75%는 국비로 지원된다. 또 기업간 연계 설비공사 등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은 산자부의 환경친화적 산업기반 조성자금으로 융자·지원된다.

1차년도인 내년 10월까지는 EIP관리시스템 개발, 공정진단지도, 물질흐름분석 등 6개 세부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1차년도 사업비는 약 10억원. 산자부는 매년 사업성과를 평가해 다음 연도의 사업내용, 지원 규모 등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생태산업단지(EIP:Eco Industrial Park)는 자연생태계를 모방, 산업단지 내 기업 간 네트워킹을 통해 오염물 무배출(zero emission)을 지향하는 미래형 산업단지다.

기업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 및 에너지로 재자원화함으로써 산업단지의 청정화뿐 아니라 자원 및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환경개선과 기업의 원가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생태산단인 것이다.

이 때문에 생태산단 시범사업 결정 이후 여수지역에서는 여기에 거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시내와 공장 앞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특히 여수지역은 산단의 환경오염 및 안전사고문제를 둘러싼 기업과 주민의 갈등이 첨예한 역사를 갖고 있어 생태산단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석유화학산업의 집적도가 높은 여수산단의 경우 20여개 입주기업이 생태산단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여수산단은 수소, 유틸리티, 용수, 폐열 등 기업간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이 타 산단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 폐기물, 부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최고 40%까지 자원절약이 가능해 연간 3300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여수산단이 가지고 있던 환경오염의 근원지라는 오명을 벗고 세계적 친환경 산업단지로 만들기 위해 생태산단을 여수엑스포와 연계시켜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5년간의 생태산단 시범사업이 끝난다고 해서 이상적인 친환경 산단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기업들의 사용물질 공개의 난감함과 물질교환 구축사업비의 막대함 등 생태산단 구축 앞에 놓인 암초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생태산단의 효시라 불리는 덴마크의 칼룬버그도 그것을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30여년 동안 진화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제 여수산단은 생태산단이라는 국내에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걸음마를 떼었다. 기업, 행정, 전문가, 주민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단지가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친환경 산업단지로의 화려한 변신을 이룰 수 있는 길,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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