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 들”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 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0.21 09: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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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10.19여순사건이 발발한지 57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위령제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전남동부지역의 여러 사회단체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아직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체계를 다잡지 못한 1948년, 봉건주의와 일제식민잔재의 사슬을 끊고, 새롭게 우리 민족의 앞날을 개척해야할 이 시기에,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두 개의 이념으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이 창궐하고 있었다.

이 갈등이 분출한 것이 제주4.3항쟁이며, 이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대가 여수에 집결했다가, 동족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 10.19여순사건이다.

제주와 여수순천에서 잇따라 일어난 이 일로 인해 일어난 가장 큰 불행은, 무고한 양민들이 수만 명이나 학살된 것이다. 반역의 혐의가 있는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를 둘러싼 불특정 다수의 수백, 수천 명이 아무런 죄도 없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죽어간 것이다.

이러한 희생을 제물삼아 당시 민족정권은 장기독재정권으로 들어섰고, 4.19와 지난한 군부독재, 5.18과 6.10항쟁 등 현대사의 굴곡을 양산해냈다는 점에서 제주항쟁과 여순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우리가 57년이나 지난 일임에도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기념행사 등을 하는 것은, 이렇듯 하나의 사건에는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정신으로 인해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롭게 깨닫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번 일어난 불행은 그 원인과 결과를 철저히 가려내어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57년 전 여순사건을 통해 배워야할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대적 그늘 뒤에 숨어 무자비하게 저질러진 폭력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죽고 죽이는 야만적인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교훈이다.

특히 국가공권력이 체제유지와 치안을 명분으로 무고한 자국민을 죽여도 된다는 발상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찍이 10.19 여순사건과 같은 국가폭력에 대한 단죄를 했었더라면 5.18광주학살과 같은 끔찍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과거사법이 통과되어 지난 얼룩진 역사를 바로세울 수 있게 된 것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강정구 교수의 6.25전쟁관련 발언 때문에 온 나라가 다시 떠들썩거리고 있다. 시대를 거스르는 해프닝이라 여겨져 씁쓸한 생각이 앞서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권력이 결정하면 모든 것이 획일적으로 정리되었다. 만일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폭력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리에 토론과 자기주장이 허용되는 것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본질적인 사실이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인권이나 사상의 자유는, 국가권력의 체면이나 전통유지 따위보다 훨씬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라는 것이다.

백주대로에서 대통령을 욕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하는 세상도 끝이 나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10.19여순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57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가 여순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깊이 생각해봐야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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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모 2005-10-22 11:15:29
역사는 역사를 보는 눈마다 다를 수 있고 이면도 보아야 함을 압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공감을 합니다. 단 너무 역사를 확대하거나 유권해석하는 자체가 자칫 잘못하면 그릇된 역사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순사건 과 제주4.3사건과 그 당시의 사건정도에서 마무리 될 것을 더 이상 확대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민국 2005-10-23 10:39:59
우리의 역사에서 거짓된 심판이 계속되어 왔음은 누구나 잘알고 있을 것이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간첩이 만들어졌고 사법부 시녀들은 법률이라는 위장망을 쓰고 사형선고를 내렸왔다.
그러나 역사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주었다.
현정부의 핵심중에 많은 사람들이 사형수 였음은 너무나 잘아는 사실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형을 선고했던 사법부는 아직도 그들이 장악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도 중대한 오판을 했던 자들이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의원들의 권력과 학연 금력이 진실을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역사)는 밝혀지게 될것이다.

해양의 빛 2005-10-26 05:47:36
모방송사에서 여순사건 관련 행사중 일부 프로그램이 시민참여자가 부족했다는 기사를 흘렸다고 합니다. 여수 시민마저도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과거로 색각하지나 않은 지 되새겨봐야 할 때라 생각을 합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다가서서 역사로 볼 줄 아는 성숙성,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되새겨, 희망찬 발돋움의 호기로 생각을 해야할 때는 아닌지...

때문에 여수의 과거사도 시민이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희망 2012세계박람회로 다가서는 발판이요, 우리 여수 안에서 새 희망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 단초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작고도 초라해서 나하고는 관계가 먼 일이라 왜면하기보다, 더불어 함께하여 여수를 위한 일이라는 조그마한 생각으로 참여한다면 희망2012꿈은 이뤄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