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사가 던지는 양심의 메시지
일본교사가 던지는 양심의 메시지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10.2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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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년극단 <총구> 1일, 시민회관서
일본반성 촉구, 반전 평화 메시지 담아
   
홋카이도-만주-조선 넘나든 청년 교사 류타가 일본에 던지는 양심의 메시지가 무대에 올려진다.

2005 한-일 우정의 해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극단 '세이넨 게키죠'(청년극장)의 연극 <총구: 교사 키타모리 류타의 청춘>(이하 <총구>)가 11월 1일 여수시민회관 무대에서 막을 올린다.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유작을 무대화한 <총구>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반전 평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연극이다.

후쿠시마 아키오(52) 청년극단 대표는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의 전쟁 피해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우리 극단은 일본이 저지른 침략행위를 파헤치는 작품을 다뤄왔다”며 “일본에도 전쟁을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조선인들의 일본징병, 교사들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 등을 예리하게 다룬 아야꼬 씨의 명작 '교사, 키타모리의 청춘'의 연극 공연을 통해 역사인식에 관한 상호이해 촉진에 이바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연극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기타모리 류타가 홋카이도의 작은 탄광촌 호로시나이의 소학교에 신임 교사로 와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특별고등검찰의 올가미에 걸려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양심의 귀중함과 인간의 평등을 가슴에 품도록 지도한 은사 사카베 히사야를 우러르던 류타, 그는 50여명의 교사를 체포한 ‘홋카이도 쓰즈리호 교육연맹사건’에 관련됐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당시의 치안유지법은 양심적인 교사를 ‘빨갱이’로 몰아 체포와 고문을 일삼는 것이 전가의 보도였다. 류타는 아사히가와 경찰서의 취조실에서 고문을 받던 사카베를 만나게 된다.

차마 양심의 스승을 감옥에 보낼 수 없었던 류타는 사카베의 석방 조건으로 자신의 퇴직을 내세운 경찰의 요구에 따른다. 교사직을 박탈당한 류타는 만주 출병 명령을 받아들이는데, 이번에는 패잔병 신세가 되어 만주에서 조선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도망치려 한다. 그러다 산중에서 항일독립빨치산 부대에 체포된다. 이때 류타의 아버지 도움으로 일본의 탄광을 탈출했던 부대장을 만나 목숨을 구한다.

그가 살았던 역사의 흐름 속 에서 인간의 연결 고리를 통해 인생의 진실을 깨달게 된 그는 평화와 교육의 귀중함을 가슴깊이 느끼며 일본에 돌아와 다시 교사의 길을 걸어간다.

연극 <총구>는 시대적 의미뿐만 아니라 창단 40년을 넘긴 극단의 연륜에서 나오는 뛰어난 극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짓눌리는 듯한 무거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막이 열리면 소학교 교무실의 살가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청순한 이미지의 류타가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게다가 석탄난로에 불을 지필 때 문짝이 타오르는 것처럼 붉게 비쳐지는 장면은 꼼꼼하고 세심한 연출을 확인해준다.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교사, 인간의 미래를 믿고 새로운 르네상스를 지향한 교사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연극 <총구>에서는 진한 감동이 묻어난다.

한편, 청년극장은 일본 신극계의 선구자인 아키타 우자쿠, 히지카타 요시가 전쟁 후 육성한 배우 8명을 중심으로 1962년에 결성된 극단으로 연간 300회에 가까운 무대공연을 거듭하며, 매년 25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고 있다.

또 40년 동안의 공연활동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룬 공연들을 제작하여 과거 일본의 잘못과 상호 우호적인 미래의 양국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고민으로 작품들을 공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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