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과 산출
투입과 산출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0.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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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in] 박효준 <편집위원, 여수경실련 사무국장>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지름신’이라는 용어가 있다.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에서의 충동구매를 일컫는 말인데 그것에 파생하는 문장이 ‘지름신의 왕림은 신용불량자를 낳으시니...’ 다.

파산하는 자와 그렇치 않은 자의 차이는 소유코자 하는 욕망을 자신의 형편과 필요성에 비추어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국 ‘지름신’이라는 통제 불능의 욕망에 편승하여 그때를 즐기다 보면 파산이라는 고통만이 남는다.

여수시가 추진 중인 시립박물관과 시티파크리조트 특구지정 건 등을 지켜보면서 새삼 ‘지름신’이라는 용어를 떠올려 본다. 얼른 보기에도 이런 시설이 우리도시에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화, 체육 인프라를 채우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것임은 인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여수시가 이들을 위해 투자할 만한 형편이 되느냐 라는 것과 또 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익은 어떤 것일지에 대한 고민에 이르러서는 한 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충동구매를 억제하는 홈쇼핑 시청자의 그것처럼 말이다. 여수시가 이들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효익과 그것들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하는 자원과 가치를 비교컨대 그 효익이 더 크다는 확신을 할 수 없어서 이다.

박물관이나 골프장 모두 누군가에겐 필요한 시설이다. 또 그런 시설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확보된 유물 10여점을 가지고 만드는 박물관, 그래서 나머지는 모조리 모형으로 채워야 하는 모형전시관을 새롭게 건축할 수도 있는 비용인 200여억을 들여 리모델링 하겠다는 방식에는 쉽사리 수긍이 되질 않는다.

그런 박물관이 혹여 애물단지 모형 그자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99년에 전국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 할 당시에도 녹지로서의 소중함을 인정받아 보존녹지로 아껴둔 땅을 투자유치라는 명목으로 여수시에서 앞장서서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태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림짐작해도 박물관 하나를 리모델링 하자면 시민 한 세대 당 20만원씩의 부담이 생기는 사업이며, 보존녹지를 해체하여 손실되는 가치 또한 돈으로 셈하기 어려운 것이다. 과연 이런 투자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또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효익이 투자되는 그것 보다 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거기에 더해 그러저런 사업논의에 있어 제발 세계박람회를 갖다 붙이지 말기를 바란다. 세계박람회가 중요한 일이긴 해도 이런 곳에 까지 박람회의 명분을 빌리는 것은 너무 궁색해 보인다.

경영 또는 경제의 기본적인 논의는 최소의 투입을 통해 최대한의 산출을 내는데 있다. 물론 행정이 지향하는 바와 경제적 논의의 그것이 분명 차이는 있지만 행정의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자원 투자를 통한 최대치의 효익 발생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경주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성과를 위한 개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시민들에게 파산의 멍에를 지우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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