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전(新 儀典)
신 의전(新 儀典)
  • 이상율
  • 승인 2005.10.05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역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갖가지 축제가 열리면서 주최 측은 의전 때문에 적잖은 시달림을 받는다.

국가의 기념식이나 대통령 취임식 등 국가나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는 대부분 정부의 의전 및 의식절차 기준과 관행에 의하여 이루어지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축제나, 체육대회, 문화행사 등 민간인 다수가 참여하는 각종 행사에서는 의전 때문에 뒷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얼굴 알리기를 좋아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 지방의원,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내빈으로 참석 했을 경우는 매우 신경이 쓰인다. 그 행사에서 좌석은 앞자리여야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하며 내빈소개도 장황스럽게 해줘야 한다.

만약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게 되면 주최 측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그 행사의 의전이 엉망이었다는 비난을 받기 마련이어서 오죽했으면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겠는가.

높은 사람들이 행사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자하는 데는 본인의 뜻도 있지만 추종자들의 과잉충성이나 주최 측의 생색내기도 한 몫 한다.

주최 측의 책임자가 특정정치인이나 참석 내빈과 인과관계가 두터우면 알아서 챙기는 경우고 추종자의 경우는 자신의 윗사람을 위하여 앞자리를 부탁하는가하면 행사 전부터 일찍 나와 자리를 지키는 꼴 볼견까지 연출하는 경우 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옥내에서 하는 음악회나 무용발표회 등 공연행사에서도 내빈들의 축사나 격려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눌한 말잔치와 긴 내빈소개는 잔치의 개막을 지체시켜 도리어 행사의 본질을 잃게 하고 많은 관객들에게는 지루함과 짜증만 안겨준다.

지방자치 단체 선거가 내년 4월로 다가오고 있다.
때가 때인 만큼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시장, 군수, 의장, 지방의원 등 대중 앞에 얼굴 내밀고 말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자칫 행사의 본질이 훼손될까봐 걱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관행은 계급 서열을 중시여기는 군사문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서 윗사람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마치 계급 질서가 무너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평등 원리를 거스르는 대목이다. 주최 측이나 내빈, 일반 참석자와는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의전이라는 터울에 갇혀 일반 참석자들만 지루함을 참아야 하는지 불공평하다. 이는 내빈과 참석자들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보지 않고 수직적 신분으로 대하는 비민주적 문화의 잔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의전(儀典)을 의식(儀式)이라고도 한다.
의식은 예의를 정하거나 의례를 갖추어 거행하는 일정한 방식 또는 그런 방식의 행사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의례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례의 근거는 중국경서의 하나로 주나라 때의 예법을 적은 책에서 인용된 것이다.

五禮는 나라에서 지내는 다섯 가지 의례 곧 吉禮, 凶禮, 軍禮, 賓禮, 嘉禮를 이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하는 행사는 대부분이 길례이거나 빈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면 무방한 해석이다.

이제 각종축제에서 말하는 사람들을 줄여 행사를 간소화해야하고 음악회나 연극제 등 공연 행사에서는 지루한 인사말과 참석자 소개 등을 과감히 없애야한다. 공연장에서의 축사나 격려사 등은 도리어 결례이다.

음악이나 예술 공연 행사에서는 내빈들도 관중과 함께 감상하다 행사 후 소개를 받는 것이 도리어 보기에도 좋고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

과잉 의전(儀典)이 아닌 상하가 없는 평등 원리에 의한 의례가 그 행사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 이것이 신 의전(新 儀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