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도 꿰어야 보배-지역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언
구슬도 꿰어야 보배-지역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언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9.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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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김경호 <논설실장,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굴뚝 없는 문화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영상산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이 수 천대의 자동차 수출을 능가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전 세계 관광객을 매료시켜 침체된 관광산업을 일거에 부흥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국가 경쟁력의 주요한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세계는 지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영상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고자 국가차원의 외교력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영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화양면 용주리에 조성된 ‘혈의 누’ 영화 세트장이 오랫동안 방치돼 흉물로 변한 뒤, 결국 철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지역의 영상산업에 대한 행정력이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뒷걸음질 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태풍으로 훼손된 드라마 ‘올인’ 세트를 아예 허물어내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 새롭게 만들어 관광 자원화한 남제주군의 행정은 ‘혈의 누’와 관련한 여수시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하여 필자는 올 초 제주영상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필자를 비롯한 주한뉴질랜드 테일러 대사, 강제규 감독, 양윤호 감독 등이 토론한 내용과 경험을 토대로 우리지역의 영상산업 발전 방향과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특히 테일러 대사의 소중한 경험적 제언을 소개하고, 영상 도시로서의 여수의 잠재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발제자로 나선 테일러 대사는 영화 산업의 변두리였던 뉴질랜드가 세계적인 영상산업의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 과정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대사는 4백만 인구의 낙농국가인 뉴질랜드가 영화 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각광받게 된 데에는 영상관련 종사자들의 노력과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환경과 영상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야 주요한 영상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을 통해 수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얻었고, 국제 영상의 중심 국가로서의 명성도 동시에 얻게 되었다.

더불어 영화 상영 이후,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이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도 대사는 함께 언급하면서 촬영지 개발은 자연스레 관광과 연계 될 수밖에 없고,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접목시킨 영상산업의 육성을 제안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남해의 천연 구슬로 이루어진 도시가 바로 여수이다. 이를 영상으로 꿰어내야 비로소 보석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영상산업의 발전은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여수, 순천, 광양 등 인근 도시가 공동으로 구성하고 있는 ‘남도영상위원회’의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위원회에 영상관련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전문 인사를 포함시켜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영상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조례로 정하여 제도적으로 정착시켜나갈 필요성이 있다. 누가 시정의 주인이 되느냐와 관계없이 시스템에 의해서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상위원회는 타 지역의 위원회와 유기적인 연대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의 영상위원회들이 상호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하여 정보교환은 물론,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상호교환 함으로써 위원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상관련 연구와 데이터를 제공할 영상센터의 설립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영상산업의 발전이 체계적인 연구에서부터 시작되며,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를 영상산업이 필요로 할 때 즉각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의 정책적 배려이다. 로케이션의 선정과 영상 촬영은 행정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감독들과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시정은 보다 열린 행정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작품 촬영 유치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촬영장의 보존과 관리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타 지역의 예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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