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노인문제 다루고 싶었다”
“실질적인 노인문제 다루고 싶었다”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5.08.2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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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대상 받는 여수MBC 오병종PD
   

최근 고령화 문제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령화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역방송에서 고령화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제 32회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여수문화방송 오병종 PD를 만났다.

먼저 축하한다. 한국방송대상은 어떤 상이며 어느 부문에서 수상하는가?

한국방송협회에서 전국의 방송사에 대하여 우수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꾀하고, 방송인들의 창작의욕과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매년 분야별로 작품상과 ‘올해의 방송인상’을 선정 시상한다.

드라마분야, 다큐멘터리분야, 보도분야 등등이 있는데, 이번에 수상한 방송대상은 정보공익분야의 지역생활정보 라디오부문 작품상이다.

각 지역의 라디오방송 중에서 특집방송이 아닌 정규 방송끼리 경합해 우수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 방송의 날인 9월 3일 서울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 “실버기획, 나마니 어르신”이다. 프로그램을 소개와 상을 받은 배경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MBC AM 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8시 30분에 5분간 방송되는 미니프로그램이다.

방송 형식에 있어서 새로운 매체로 등장한 휴대 전화 음성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연출함으로써 친근감을 높이려는 방식을 택했다. 전국민이 휴대하고 있다는 모바일폰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트랜드와 함께 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출연자 성우를 ‘나마니’라는 할아버지 캐릭터로 설정해 함께 사는 우리 시대의 노인 문제 전반에 관해 이 할아버지가 자신의 의견이나, 제안, 발언 등을 휴대 전화기에 음성 메시지로 남겨 두면, 방송에서는 그 전화 녹음된 음성메시지를 청취자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청취자가 마치 자신에게 도착한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듣는 분위기를 연출해 친근감 있는 형식으로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이다.

이번 수상 배경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의 실정을 반영하였다는 점과 노인들의 실상, 그들의 내면, 그들을 위한 정보를 전해주는 노인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점, 천만 인구가 휴대하는 모바일 폰의 음성 메시지라는 청취자와 친근한 방식을 도입하여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 꾸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기 위하여 특집보다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노인관련 정규 프로그램이 지역방송에서는 흔하지 않다. 어떤 계기로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누구나 가슴 가득히 맞이한 2000년 밀레니엄이었다. 새 천년 새 해를 맞으면서 여수시민협에서 신년 초에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키워드를 정리해 시민운동의 새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차원에서 간부 연수를 가졌다. 그때 내가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때 자료 조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으며 실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새해가 되면 그 해에 맞는 몇 개의 키워드를 찾느라 노력했고 그 키워드들은 나에게는 해당 년도에 어떤 좌표로써 기능을 했다.

이 과정에서 2003년도 초에는 “고령사회”라는 단어가 보였다.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들이 발표되었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중이 총 인구의 7%를 넘어서 유엔이 정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간 게 이미 2000년의 일이며, 2019년이 되면 14%이상이 되어 ‘고령사회’가 된다는 예측도 있었다.

고령사회를 맞는 우리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지 방송과 연결시키고 싶었다.

이듬해 ‘일본 남부 실버 대 탐사’라는 제목의 해외연수를 통해 일본의 노인문제와 노인복지실태등을 둘러보고 올 기회를 갖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연수 후 노년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의 기획이 요청된다는 보고서를 냈고, ‘지역에서 별도의 노인 프로그램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 라디오에서는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 등을 고민하다가 지역성을 내세울 수 있는 수치들을 동원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게 됐다.

라디오 프로그램 ‘실버기획, 나마니 어르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한 고령화 현상은 유럽의 경우 천천히 추진되면서 준비에 큰 여러움이 없으나 우리처럼 그 속도가 빠른 경우 미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사회를 맞이하게 됨으로써 엄청난 부작용과 함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지적이 사회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인간이 나이 든다는 것은 진리다.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개미> <뇌>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책에는 작가가 어떤 양로원을 방문하고 나서 아이디어를 얻은 단편 “황혼의 반란”이 실려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사회적으로 노인이 늘어나자 배척하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된다. 국가에서는 노인 복지 예산을 깎고, 급기야는 특별 수용소에 가두고 주사로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자 잡혀가지 않으려고 도망간 노인과 수용소에서 탈출한 노인들이 ‘흰 여우들’이라는 조직을 결성한다.

정부군과 대결하고 저항하자 정부는 투항을 유도하려고 감기 바이러스를 살포해 무력화 시킨다. 주동자 노인 프레드는 끝까지 저항하다 체포되고 결국은 독극물 주사를 맞고 죽게 되는데 죽기 전에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프레드는 이렇게 한마디 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게다”
그 주인공이 하는 말이 바로 ‘나마니 어르신’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갗 ‘어떻게 노후를 맞아야 하는갗 대비도 하자는 얘기이고 또 ‘나이 드신 분들에게 가정과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갗 이 물음 역시 청취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물음이다.

   

방송을 통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없는가?

한 지역에서 이동하지 않고 방송 프로듀서로서 20년 동안 일했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으로 지역방송 피디로서의 방송제작 후기를 모아서 책으로 펴내려고 한다. 지금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곧 나올 것이다.

과거 흔적들을 들춰보면서 13년전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25부작 ‘섬, 섬사람’의 취재 노트를 보게 됐다. 정말 정열을 바쳤는데 사실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 ‘섬, 섬사람’의 마무리를 겸하는 의미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가제)안도 사람들’을 기획하고 있다.

기본 컨셉은 여수시 남면 안도(다른 섬일 수도 있다) 전체의 인구이동과 산업의 변화 추이를 70년대와 80년대부터 추적하고, 그들의 다양한 삶을 밀착하여 취재하려 한다. 연구소와도 손을 잡고 다양한 조사를 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매년, 혹은 2~3년을 주기로 지속적으로 제작해 나가서 데이터를 축적하려고 한다. 그래서 탐사프로그램의 어떤 새 타입을 모색하려고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을 추적하는 제 1부 ‘떠나간 사람들’, 남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제2부 ‘남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제3부 ‘돌아온 사람들’ 등등이 있을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여서 방송 관련 단체에 기획서를 공모해 제작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거의 제작에 버금가는 자료조사를 철저히 해 탄탄한 기획서를 마련하려고 한다. 시일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다.

그밖에도 판소리를 소재로 하는 프로도 전라도 라디오 피디로서 의무감이 있는 분야다. 또 하나, 여수 엑스포가 열리면, 개폐회식에 소리로써 어떤 세레모니가 열릴 것이다.

이를테면 개회식 음악이 필요할텐데, 직접 작곡할 수는 없지만, 여수의 소리를 담아서, 작곡자에게 반영하도록 하고 싶다, 여수다운 소리를 차근차근 채록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예기다.

물론 현재 담당하고 있는 ‘나마니 어르신’과 ‘라디오 전망대’ 역시 소홀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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