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아프다 말 못한다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한다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5.08.17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연재2] 건설노동자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조사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수지역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은 국가가 의무가입을 요구하고 있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강검진에서도 배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 산재보험 =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산재처리보다 공상처리가 많으며 경미한 사고일수록 공상처리가 비일비재해 산재보험이 건설노동자들에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재처리건수가 많은 하청업체의 경우 공사입찰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구조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사업주가 작업환경개선 의무를 회피하게 하며 노동자에게는 공식적이고 제대로 된 보상과 치료 후 작업복귀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응답한 167명 중 사고나 재해를 당한 경우 산재로 치료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0.4%에 불과했다.

또 46.7%는 공상으로 처리됐고 28.7%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한 것으로 조사돼 전체 재해발생의 75.4%가 은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사고성 재해 이외의 직업병은 산재로서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유해요인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어 직업병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수 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직업병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노동자에게 전가되어 있는 이상 여수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업병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간 계약직이라는 특성 때문에 산재요양 이후 작업복귀에 대해 어떤 사업주도 책임지지 않으며 오히려 산재요양을 했던 사람에게 취업제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은 중대한 손상이 아닌 이상 산재를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재보험 등 4대보험, 건강검진도 소외

■ 고용보험 =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상시근로자를 기준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같은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계속해서 사업주가 바뀌고 반복실업을 겪고 있는 여수건설노동자들의 경우 실질적인 적용에 어려움이 많은 상태다.

실업급여 신청일 이전에 1개월간 근로한 일수가 10일 미만이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건설노동자처럼 1년에 수차례 사업장이 바뀌고 실업기간도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엔 신고가 늦어져 고용보험 해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2004년 이전까지는 고용보험법상 신고의무가 사업주에게 있어 사업주가 신고를 회피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사업주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가 신고하도록 규정이 보완이 됐지만 신고의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낮은 보장성도 문제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지급받고 있는데 저임금노동자의 경우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실업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실업기간 동안의 생계보장이라는 사회보장적 차원보다는 노동자들의 실업예방과 실업기간의 최소화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 건설노동자의 경우 같은 직종에서 수십년간 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시근로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으로 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되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의 경우 본인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은 해당 규정에 상시근로가 아닌 경우 1개월 미만의 기간동안 고용된 경우는 직장가입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건설노동자의 경우 직장가입적용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04년 7월부터 고용보험적용 사업장도 국민연금 사업장이 되었지만 공사기간이 1개월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주가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 건강진단 = 건설노동자의 경우 단기 계약직이며 이직율이 높기 때문에 짧게는 1년 2회, 길게는 2년 1회로 규정되어 있는 건강검진에서 누락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건설노동자에 대한 건강검진은 대부분 ‘채용전 건강진단’으로 이는 건강진단의 대부분이 업무적합성 평가의 근거로 할용되기 보다는 불건강자의 색출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채용 전 건강진단이 질병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권’을 제약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왜곡하고 있고 사업주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할 위무를 회피한 채 산재직업병에 의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