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허진수 생산본부장 귀하
GS칼텍스 허진수 생산본부장 귀하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7.2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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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강성훈 <취재기자>
   
올해의 무더위는 어느 해보다 지독한 여름입니다.100년만에 찾아온 폭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정해역에 검은 그림자를 뒤덮은 씨프린스호가 좌초 1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어민들은 폭염보다 더 몸서리치는 것으로 씨프린스호 좌초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10년 전 죽음의 바다로 변한 소리도 앞바다를 찾았습니다.
10년의 한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어민들의 거친 호흡소리는 절규에 가까운 아픔이었습니다.

허진수 본부장께서는 올 여름을 여느해보다 만족스럽고 보람찬 한해로 기억하고 싶겠지요.

그 이유로 수십년간의 동거를 끝내고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고 지난해 직원들과의 전쟁을 치루면서 승자의 영광과 아픔도 함께 맛보셨으리라 믿습니다.

그 갖은 노력으로 올해는 순조롭게 경영을 펼칠 수 있게 됐고, 얼마전에는 친환경기업의 모범이 되어 훈장까지 받으셨으니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군요.

참으로 겹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늦게나마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그러나 그 같은 겹경사 속에서 혹여 켕기는 것이라도 있었는지요?

10년전 일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니겠지요. 잠시 본부장께서 싫어하실 과거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거대한 유조선이 한려수도 한복판에서 좌초되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해양오염사고의 주범으로 기록된 이야기 말입니다. 당시 한려수도에 쏟아졌던 검은 기름덩어리는 바다를 어민들의 삶을 한려수도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이후 회사에서는 10여년간 나름대로 그것들을 치유하고 어루만지느라 애쓰셨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이제 잊을만하지 않겠습니다.
10년이 되던 날 사고현장을 둘러보던 저 역시도 과거의 그 참혹했던 현장을 떠올릴 수 없으리만큼 평온한 모습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제 바다도 어민들도 지역민들도 그 깊은 생채기가 아물어 가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어민이 처음 쏟아내는 말에 놀랐습니다. “아직도 바다를 들여다보면 기름이 떠오르요” 아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수십년간 수백억을 쏟아부으며 기름 닦아내고 약 뿌려대면서 땀흘렸는데 말입니다. 그냥 그동안의 피해가 억울하니까 하는 소리겠거니 일갈해 버렸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유징이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할 만큼 했으니 자연치유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아닌 기대를 가지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가차없이 내리찍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일깨워준 것이 바로 바로 본부장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2005년 7월 23일. 과거사야 어찌되었던 이제 다 접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습니다. 지자체, 의회, 기업,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해양환경보존의 날을 선포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짐하기로 했습니다. 30만 시민의 미래가 될 바다를 하나의 단위가 아닌 공동체의 힘으로 가꾸어가자는 다짐이었습니다.

하지만 본부장은 끝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시, 의회,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두 나와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제대로 가꾸어 나가기로 시민들에게 약속하는 자리에 10년전 악몽을 제공했던 당사자는 끝내 거부했습니다.?

과거일을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자리도 아니요. 수백억원을 보상하는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뜻을 모으고 이를 시민들 앞에서 약속하자는 자리였습니다.

30만 시민들과 약속하는게 그렇게 쪽팔리는 일이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었습니까? 할 일 다했으니 더 이상 할 일없다는 배짱이었습니까? 그것도 아니면 30만 시민을 우롱해보고 싶은 장난이었습니까? 옷을 갈아입었으니 내가 할 일 아니다는 오기는 아니었겠지요.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역사가 더 나은 역사를 창조해 가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진정으로 미래를 위한 경영을 펼쳐 보이겠다면 지금이라도 시민들 앞에서 약속하십시오. 환경과 인권과 윤리를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겠다고요.

그리고 국민이 수여한 훈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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