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5.06.2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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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해법을 찾는다
글싣는 순서

1. 여수산단의 문제점
① 불평등 계약
② 물품구매
2. 타 지역 성공사례
3. 정부 및 지자체 의지
4. 대안

여수산단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상하관계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타지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자동차유리 개폐장치로 세계 경쟁력 1위, 국내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광진기계와 GM대우의 관계가 좋은 본보기다.

광진기계와 GM대우(구 대우자동차)의 관계는 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중공업에 철도차량 부품을 공급하던 광진기계가 대우차 전신인 새한자동차 '맵시나'의 쇼크업소버 브래킷(충격흡수장치)을 납품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대기업, 자사부담 중소기업 전가 관행버려야

광진기계는 4년 후인 83년 대우차 자동차 유리 개폐장치 전문 제조업체로 자리 잡으면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본격 시작했고 기술력을 인정한 GM대우가 85년 '르망프로젝트'에 광진기계를 참여시켰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광진기계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영상을 통해 자동차 유리 개폐장치 디자인과 제품을 생산하는 우수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유럽지역과 미국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에 생산ㆍ판매망을 구축할 만큼 GM대우 최고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90년 초 GM대우와 광진기계는 원자재를 공동구매하는 노력을 통해 재료비를 15%나 줄였으며 불필요한 부품낭비 제거운동과 제품공정ㆍ품질개선을 위한 '소개선활동' 등을 통해 '제품 생산체계 표준화'라는 성과를 올렸다.

GM대우는 광진기계 발전을 위해 93년부터 매년 일본 도요타시스템 해외연수 지원과 도요타 지도고문을 초빙해 광진기계 품질 생산성 향상을 꾀했다.
특히 양사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품생산체계 표준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96년에는 대우차에서 지도요원을 파견해 생산현장 환경개선 노력(정리 정돈ㆍ청소ㆍ청결 생활화)을 통한 의식 개혁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3정(정위 치ㆍ정량ㆍ정용기) 활동'을 병행했다.

광진기계와 GM대우의 공동노력은 자동차 개폐장치 분야에 있어서 세계1위 기업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 제고 노력 필요

또 다른 예도 있다. 삼성전자도 하청업체 거래대금 현금결제 및 기술 공동개발, 해외 동반진출 등 각종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선도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상생경영에 눈을 뜬 것은 중국기업의 저가공세에 밀려 쓰러져 가는 국내 반도체 장비 설계 및 부품관련 중소제조업체를 보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 협력업체가 생존에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식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2002년부터 3년간 중소기업에 신기술 도입을 위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한 결과 실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103개 중소업체와 협력사업을 벌여 모두 102개 핵심부품을 국산화했으며 45개사와 협력해 반도체 장비 124개 기종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협력업체 지원사업은 이후 전방위적으로 추진됐다. 정부 방침에 떠밀려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짝퉁’들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협력업체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협력업체 제조현장 개선사업에도 자금을 투자했으며 정보화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에도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거래 관계가 없던 중소업체의 판로개척에도 팔을 걷어붙일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그 결과 제조업체 현장개선사업을 통해 협력업체에 연 476억원에 이르는 재무성과를 거뒀으며, 협력업체 150여곳에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공급망 관리를 선진화했다.

GM대우, 삼성전자 등 하청업체 자금 및 교육지원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 5월 20일자 시론을 통해 “대·중소기업간의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저해하는 관행들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계약상 ‘갑’의 위치에서 나타나는 대기업의 고압적인 자세와 자사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시키는 대기업 이기주의가 하루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또 “중소기업들도 사업주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에서 탈피, 회계와 인사 등 각 경영 부문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여 나가야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에 대한 피해 의식이나 지원을 바라는 약자 의식을 버리고, 부단한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을 통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감으로써 대등한 협력자로 당당히 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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