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10년을 돌아본다
지방자치 10년을 돌아본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6.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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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 사무총장>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 민주주의의 꽃이라 비유되는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관치시대에 중앙정부의 임명을 받아 부임한 관선시장은 마치 조선시대 고을 사또를 연상케 하였다.

부임해오면 지역 유지들을 모아놓고 정부시책이 어떻고, 치안이 어떻고 하면서 임기동안 말썽 없이 잘 협조해달라는 당부를 하곤 했다. 관선시장에게 있어 지역은 통치의 대상이었고, 지역에 있어 관선시장은 잘 모셔야할 나랏님의 대리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체제 하에서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이나 정서, 풍토는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였다. 오히려 일사불란한 정권통치에 어긋나는 모난 돌이 되어 애써 억눌려야했다. 관치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획일화된다는 데 있었다.

우리 지역 시장은 우리 손으로 뽑는다는 가슴 벅찬 설렘으로 지방자치제를 환영했던 것은 되돌아보면 개인주권의 차원을 넘어, 지역주권을 통한 지방화시대를 앞당기는 것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리 불편한 일도, 부당한 경우도, 혹은 건설적인 생각도 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이를 바꾸거나 관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변방에 사는 신세가 그러려니 하면서 체념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야했던 답답함을 우리는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뽑는 투표를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위에 군림하는 시장이 아니라, 우리의 눈치를 보는 시장을 갖게 되었다. 시장은 권력을 가진 자에서,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고 운영할 지역CEO로 변한 자기 사명을 자각하게 되었다.

뿐인가, 우리가 저마다의 생계에 바빠 시장이 우리를 위해 얼마만큼 일을 잘하는지 체크하기 힘들어, 우리를 대신해 그 일을 할 시의원까지 우리 손으로 뽑아둘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비록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그들은 자기 생계까지 희생해가면서 지역주민들을 대신해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감독자로서 역할을 다하려하고 있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주민들 눈치를 보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것을 자신의 재선과 연결해 헛살림을 하질 않는가, 꼭 필요한 개발과 난개발을 구분 못해 자연환경을 누더기로 만들어놓지를 않는가,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불과 10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고 곶감 빼먹듯 지역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고양이가 생선 맡은 격으로 이권에 골몰하거나 뇌물수수로 사법부 심판대가 하루를 쉴 날이 없기도 했다.

오죽하면 시민단체들이 시정의정감시단을 만들어 콩이야 팥이야 간섭해야 했을까. 오죽하면 지방자치무용론까지 대두했을까.

하지만 이제 겨우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특히 어제 산 기계가 오늘 구식이 되는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10년이 짧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집중주의시대에서 지방화시대로 변화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어쩌면 앞으로도 10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지루해하거나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지난 10년 사이에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지방자치제 정착과정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성숙한 발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의 아픈 시행착오는 관치시대의 병을 치유하는데 들어간 최소의 비용으로 여겨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관치시대와 지방자치시대는, 봉건시대와 근대시대의 차이만큼이나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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