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한 여수
인색한 여수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4.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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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in] 이상율 <주필>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면 호랑이표 만금유(萬金油) 한 통 정도 사오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만금유는 모기 등 벌레에 물리거나 타박상으로 부은 상처, 화상 등에도 특효를 보이는 연고로 인기가 높다. 호랑이 연고는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해 세계 6개국에서 생산되고 있고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이다. 이 약품의 원조는 중국황제의 상처를 가라앉히는 약이었다고 전해진다.

만금유는 중국의 후원후(胡文虎) 형제가 20년대에 독점 제조권을 획득하여 장뇌(樟腦)와 박하유(薄荷油) 등을 원료로 하여 호랑이 연고(Tiger Balm)를 만들어 거의 한 세기가 다되도록 인기를 끌고 있다.

후씨 형제는 버마 랭군에서 약초판매를 하던 아버지로부터 영안당 약방을 물려받아 운영하던 중 외용과 내복이 가능한 만금유를 만들어 팔다 만병통치약 호표고약이라는 만금유 연고를 신개발, 판매하여 떼돈을 벌어 동남아의 전설적 부자로 남게 된 것이다.

호문호는 신약개발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신문을 이용한 약품의 광고를 하다가 아예 신문발행인으로 나서 성공함으로써 재계의 쌍관왕이라는 칭호까지 받게 됐다.

1908년 랭군에서 랭군일보를 창간한 것을 비롯 싱가포르에서 성주일보를 인수했고 광동에서 성화일보, 하문에서 성광일보 광주에서 성월일보, 홍콩에서는 성도일보 말레시아에서 성빈일보를 창간 운영함으로써 동남아의 신문왕이라는 명성도 얻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성공한 호문호는 “내가 부를 얻은 것에 존경을 표하고 세상의 재물은 세상에 돌려준다”는 철학을 철저히 이행한 사람으로 재물이 들어오면 다시 사회에 써 선순환(善循環)을 이룬 사람으로 남아있다.

영안당이 매년 벌어들이는 수입의 20%는 나라를 구하고 재난을 구제하는 등 자선사업에 썼다. 그는 기업의 사회 환원은 기업의 성장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다.

호문호의 기업정신은 오늘의 영안당 호랑이표 만금유를 있게 한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전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실시한 ‘희망 2005 이웃사랑캠페인’ 모금 결과 여수시가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한다.

여수시의 주민 1인당 평균 모금액수는 674원으로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목포(1인당 643원)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액수로 밝혀졌다.

1인당 평균 모금액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광양시로 여수시의 7.5배에 달하는 4천887원이었고 영암군이 4천793원, 영광군이 3천575원, 완도군이 2천241원을 기록했다.

모금액수 면에서는 광양시가 6억3천66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영암군이 2억9천62만원, 순천시가 2억3천919만원 순이었고 여수시는 광양시의 1/3에 불과한 2억36만원에 머물렀다.

모금액이 많은 광양이나 영암의 경우, 광양제철과 대불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인색한 여수라는 불명예 뒤에는 참여를 기피한 여수산단 기업들이 있다니 참으로 유감스럽고 부끄럽다.

예년에 볼 수 없는 호황을 누리면서도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이 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사회 환원에 인색한 기업들은 호문호의 선순환에 대해 한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디 산단기업에만 돌팔매질을 할 수 있겠는가. 인색하기는 우리 시민도 자유스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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