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회비 갹출 방관만 할 것인가
자모회비 갹출 방관만 할 것인가
  • 서선택 기자
  • 승인 2005.04.1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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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서선택 <편집위원장>

새학기를 맞은 일선 학교에서 자모회비 갹출로 말썽을 빚고 있다고 한다.
희망찬 새봄을 맞아 활기에 넘쳐야 할 교정이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교육문제라고 한다.
아이들의 영혼을 키워야 할 학교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언론에 투영된 학교는 어떠한가.
사교육에 밀려 보충수업을 받는 장소로 인식됐고 인성교육보다는 로봇형 인간들을 교육하는 건조한 학습장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학교들이 무리하게 자모회비를 갹출해 주머니 돈 쓰듯이 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팔자 좋은 학부모들의 나들이 장소로 둔갑하고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이 같은 말썽은 학부모 총회를 빙자해 스스럼없이 자모회비를 갹출하고 있으나 교육당국만 모르고 있다.

학부모 총회는 학교의 현황을 알리고 담임교사와 학부모간 상견례 자리로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첫 만남의 자리이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일 뿐 곧바로 일부 학부모회 임원들로 인해 행해지는 회비 수금 날로 인식되고 있다.

신뢰로 구축되어야 할 교사와 학부모간의 첫 만남부터 잘못된 만남으로 변질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마다 제각각 명목과 금액은 다르지만 갹출행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고 그 사용출처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 같이 갹출해 거둬들인 돈을 마치 일부 임원들이 조성한 기금인양 무턱대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학교는 물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의 원인으로 제공되며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이처럼 찬조금 갹출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저학년 때 자모회에 참여한 학부모가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자모회에 참여해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학부모들이 망치는 일은 비단 자모회비뿐 아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으로 야기된 자모회비, 교사촌지 문제는 우리의 자화상이 된지 오래다.

교육을 망치는 바이러스는 교사나 학생이 아닌 바로 학부모라고 말하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방관자적인 자세를 버리고 내 아이를 사랑하듯 공교육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이제 올 해를 불법 찬조금을 갹출하는 부끄러운 관행을 깨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도를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불법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교육을 훼손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 자모회비 갹출 사건을 기회삼아 유쾌한 여수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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