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개발하는가?
무엇을 위해 개발하는가?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4.14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박효준 <본지 편집위원, 경실련 사무국장>

오동도 동백축제의 을씨년스러움을 기억하면 오지 않을 듯한 봄이 기어이 찾아와선 곳곳에 꽃망울을 틔워 놓음으로 제가 왔음을 알린다. 세월은 그렇듯 딱히 정확하진 않아도 계절이란 놈을 챙겨 보냄으로서 생물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

계절이 오고감이 생물을 살리고 죽이는 것이라면 행정의 정책적 판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별히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각 자치단체별로 지역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명제가 바로 ‘개발’이다. 개발을 잘하면 그 지역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게 되면 쓸데없이 환경만 파괴하고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여수의 경우도 다양한 개발사업을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따져보아야 할 것이 ‘무엇을 위해 이 사업을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이다.

실제로 진모지구사업 같은 낭비성 사업들이 진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다면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개발을 함에 있어 무엇을 개발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개발하느냐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개념적으로야 그게 그것일 수도 있고 그 안에 다 포함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실제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그러저러한 것들이 따져지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미 후회해도 늦을 일이지만 현재 국도17호선 우회도로 공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주삼동에서 시작해서 제2돌산대교까지를 잇는 도로를 만드는 사업으로 이 과정에서도 따져 물어야 할 것이 우리가 얼마만큼 이 도로를 필요로 하고 있느냐에 대한 것 이였다.

지역발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타 지역에서 여수로의 접근로 문제는 그대로 방치한 채 지역 내에서의 도로확장이 그렇게도 필요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보았어야 했었다.

또한 그 사업이 완공되었을 경우 이용률 또한 제대로 예측해 보았어야 했다. 만약에 사업순위에 있어 국도17호선 우회도로 건설 보다 여수산단진입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건설에 우선 했다면 여수시의 모습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에 몸서리가 난다.

더욱이 이도로가 완공된다 하더라도 실제 그 가치를 다하기 위해서는 이제 막 시작중인 자동차전용도로나 여수산단진입도로가 완공되어야 한다고 치면 그동안에 소용될 유지보수비용까지 합한다면 잘못된 우선순위의 판단으로 인해 여수시가 져야할 손해는 두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정책효과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 사업이야 말로 현재 여수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낭비성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개발과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투자로 어떠한 효과를 가져와야 할 것인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막무가내의 개발은 건설업자의 배만 불려줄 뿐 주민들에 더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행정이 담아내고 키워내야 할 그릇이 수많은 시민들을 보듬어 안을 그릇이어야 하기에 그 책임 또한 그만큼 큰 것이기에 조금 더 세심하게 분석하고 계획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하면 그만큼 더 큰 손해를 부른다. 혹시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 중에 잘못된 목표는 없는지 살펴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