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찬조금 … 피 멍드는 공교육
불법찬조금 … 피 멍드는 공교육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4.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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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자모회 운영 실태와 대안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실태 = 공개모금, 은밀한 제안도

지난 3월 여수시의 ㅇ중학교에서는 총회를 빙자한 자모회비 갹출에 여념이 없었다.
이 학교도 관내의 타학교처럼 총회를 열고 담임교사와 상견례를 갖는 등 학교현황에 대해서 설명회를 끝으로 자모회 임원들이 나서 참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회비를 갹출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ㅅ 초등학교 자모회 임원을 맡은 A씨는 최근 며칠간 속앓이를 계속해야 했다.

자모회 임원이 된 A씨는 자모회비로 5만원을 냈다. 관행상 당연히 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 불만없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려니 하고 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교사들과 상견례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임원들 중심으로 수십만원의 돈을 갹출해야 한다는 말에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해야 했다.

아이가 ㄴ초등학교 임원에 당선된 B씨는 아이가 중책을 맡았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학교 임원인데 학교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B씨는 “아이가 주눅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위 학부모들을 통해 알아보는 중”이다.

지난 3월 2일 국회에 상정된 학교발전기금법 폐지안 처리가 유보된 뒤 일선 학교에서 불법 찬조금 모금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새학기 들어서면서 학부모 총회가 열리고 자연스럽게 자모회를 통한 회비 갹출 등으로 이어지면서 고질적인 교육계의 병폐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총회는 학교의 현황을 알리고 담임교사와 학부모간 상견례 자리로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총회 자리는 곧바로 일부 학부모회 임원들로 인해 회비 수금날로 인식되고 있다.

신뢰로 구축되어야 할 교사와 학부모간의 첫 만남의 자리부터 잘못된 만남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형식상 총회가 끝나면 학교마다 명칭 차이는 있지만 ‘학부모회’, ‘체육진흥회’ 등이 학급별로 구성된다. 모임별로 회장, 부회장, 총무, 간사를 포함해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의 회원이 구성되고 회비 갹출 문제가 거론된다.

임원들 중심으로 일정금액을 정하면 학년별로 다시 나뉘고 학년 대표는 다시 각 학급별로 할당된 금액의 찬조금을 희망자에 한해 내도록 해 회장단이 할당한(?) 일정금액을 맞추게 된다.

사용처도 모르는 학부모회비

ㅈ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학부모 총회를 통해 거둬들인 돈이 9백여만원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학부모 총회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체육대회 모자, 단체복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내용에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6백여만원을 책정하고 각 학급별로 분담해 걷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처럼 총회를 통해 결산보고라도 하면 다행이다.
일부 학교는 아예 돈을 얼마나 걷었고, 어디에 사용했는지 보고도 생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ㅅ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에는 아예 결산보고도 하지 않아 학부모들 사이에 문제가 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로부터 갹출해 거둬들인 돈을 마치 일부 임원들이 조성한 기금인양 무턱대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일반 학부모들로부터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 사이의 불신이 팽배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디에 얼마만큼이나 사용됐는지도 모르는데 누가 믿고 돈을 내겠느냐. 다만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 부모 심정에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자모회비는 자모회, 체육진흥회, 이사회 등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각각의 명목으로 회비를 갹출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자모회비, 이사회비 등 이중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원인 = 일부 학부모 관행 답습

이처럼 찬조금 갹출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저학년 때 자모회에 참여한 학부모가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자모회에 참여해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학년 자모회 회원이 저학년 학부모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모회를 구성하고 자모회를 통해 찬조금을 갹출해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학교 묵인이 또 다른 원인

일선 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실장 어머니로부터 학급을 위해 써달라고 돈을 받았다가 정중히 돌려주고 다시는 찬조금을 걷지 말았으면 한다고 전했지만 환영을 하면서도 자모회에서 튀는 행동으로 비춰질 것 같아 선뜻 받아들이지도 못한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오랜 관행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함께 별도의 상견례 자리를 제안하는 등 일부 학교 당국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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