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원평가제 도입 필요
새로운 교원평가제 도입 필요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3.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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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완규<(유) 우리우유대표>

   
엊그제 방송에 의하면 다음달부터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제를 일부 초·중·고교에서 시범 실시한 뒤 내년에는 이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교총과 전교조 공히 이 제도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마당에 학부모 신분인 나로서는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교사들에 대한 재평가는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우수한 선생님은 우수한대로 그 능력을 인정 받아야 하고, 우수하지 못한 선생님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재교육되어져야 하되, 그래도 정 개선이 되지 않는 교원은 과감히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게 꼭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것은 선량하고 유능한 대부분의 선생님들을 여론의 호된 비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데 그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교사는 교직 입문 후 전문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근무가 가능하며, 교사의 자질과 능력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통제할 시스템이 미흡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교원평가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생각마저 든다.

교육부가 현재 마련 중인 교원평가 개선안을 보면 평가대상은 교장·교감을 포함한 전체 교원이며, 평가 방식은 간부 교원 외에 동료교사와 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말이 쉽지 사실은 이 평가 방식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을 겪게 되리라고 본다.
동료교사들의 상호평가 방식이나,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이나, 또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들이 어느 것 하나 그리 만만하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 방식들이 교사들의 사기진작과 실력향상에 기여하기 보다는 자칫 교사들의 인기위주의 수업방식이나 혹은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간에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제도라 할지라도 나는 새로운 교원평가제의 도입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

가슴 따뜻한 사랑과 참다운 학문을 배우면서 꿈을 키워가야 할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있는 학생들이 교사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교사들의 근평 제도는 오로지 교원승진 용도에 국한돼 근평은 곧 승진이란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근평은 전체 교사에게 전문성 신장의 기회로 작용하기보다 승진에 관심 있는 일부 교사에게만 의미 있는 경쟁으로 작용하고 있어 학생의 교육력 향상을 위한 경쟁이 아닌 승진을 위한 경쟁으로 운영되면서 평가 자체를 부정하고 불신하는 풍토가 선생님들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교사의 승진과정에서 교장, 교감의 평가 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교사는 교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관리자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현재의 폐쇄적 평가체제는 원칙과 기본에 의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서 ‘교포교사’란 용어가 화제가 되었다. ‘교포교사’란 교사들 사이에서 ‘교장되기를 포기한 교사’들의 명칭으로 현행의 유일한 평가제도인 근무성적 평정제에 대한 제도적 모순을 내부에서부터 비꼬는 자조 섞인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교원평가제를 통해 당장 ‘부적격교사’를솎아낼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제도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에는 그 출발점으로써의 자격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의 공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 학부모들의 책임은 없는가?

이제 몇 일 있으면 각 학교마다 운영위원들을 뽑는다고 학부모 총회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맡기 싫은데도 억지로 떠밀려서 운영위원을 맡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지금은 워낙 드센(?) 학부모들이 많다 보니 각 학교마다 운영위원이 되기 위한 경쟁들이 치열하다고 듣고 있다.

운영위원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을 돕는 보완적인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어야지 학교나 교사들을 관리 감독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 운영위원들의 지나친 교내 간섭으로 인해 교사들과 불미스러운 일들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운영위원들이 교사들을 앞에 앉혀놓고 마치 청문회를 하듯이 넘지 말아야 할 교사들의 자존심까지 담보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할지언정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관계가 아닌지라 말없는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운영위원회의 힘을 파행적으로 운용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서 우리 아이들이 얻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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