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약자 이용 꺼려 “있으나 마나”
장애인, 노약자 이용 꺼려 “있으나 마나”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3.01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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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여수지역 육교이용실태
   
▲ 여수지역에 설치된 육교의 상당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여수지역에 설치된 육교의 상당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육교의 경우 이용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며, 또다른 육교의 경우 육교 이용자보다 육교 밑으로 통행하는 무단횡단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육교 이용자들의 대다수도 육교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는 여수시민협과 아름다운 여수21실천협의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여수지역 육교 이용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타났다.

효율적인 도심환경개선과 보행자 권리 확보를 우선한 교통정책을 제안하고자 실시된 이번 육교 조사는 여수지역 22개 육교 가운데 7개소를 선정해 주요 시간대별 이용자 조사와 육교 설치 인근지역의 무단횡단 사례 조사가 이뤄졌다.

22개 육교 설치, 장애인시설 2곳 뿐

육교는 자동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 여건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치된 육교는 오히려 보행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단순 철골 구조물로 설치돼 행사 게시대로 전락한 실정이다.

여수시에는 1989년에 광주은행과 서시장 앞에 처음으로 설치한 충무·서교 육교를 비롯해 2004년 신기초교 앞에 설치된 신기육교 등 모두 22개의 육교가 설치돼 있다. 22개 육교 가운데 장애인 이용 시설을 갖춘 곳은 터미널 육교와 신기초교 육교 2개로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시설물은 현재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조사결과 각 시간대별 이용자는 매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평일과 휴일의 이용자 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학교에 인근하지 않는 육교의 경우 이용자가 1시간당 10명에 이르지 못하는 등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 일부 육교의 경우 육교 이용자보다 무단횡단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교 이용자의 대부분이 학생이고, 일반인들은 육교 이용보다 무단횡단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 시간당 평균 10명 미만인 곳도

신기초등학교와 연결돼 가장 최근 설치된 신기육교는 어린이들의 등교시간인 오전 시간대 이용자가 1백30여명에 이르렀다가 낮 시간대와 밤 시간대는 절반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낮 시간대 대다수가 무단횡단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평 주공 뒤 진남육교의 경우 등교시간인 오전시간에 1백여명이 육교를 이용했지만 오후와 밤 시간에는 10여명 안팎으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진남육교는 무단 횡단자가 육교 이용자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된 대표적인 지역으로 오전 시간에 1백여명에 이르렀고, 오후와 밤 시간대에도 육교 이용자보다 많은 5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교 설치가 통행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결국 교통사고 유발 잠재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선중학교 앞에 위치한 무선육교는 인근에 여천중학교와 여선중학교가 바로 접하고 있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육교로 조사됐지만 등교시간을 제외한 시간대별 조사에서는 다른 지역의 육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시간대는 7백여명에 이르렀고 오후와 밤 시간대는 50여명이 각각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이용자가 가장 적은 육교는 연등동 장미아파트 뒤편에 위치한 충민로 육교로 이용자는 출근시간을 포함해 각 시간대별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 기존 횡단보도를 없애고 설치한 충민로 육교는 낮 시간 이용자는 아예 없거나 5명 미만으로 조사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육교는 가장 소규모로 통행로가 두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지 못할 정도이며, 인근 인도 또한 사람이 통행하기는 어려운 여건으로 심각한 보행권 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도원 육교는 부영여고와 도원초교가 위치하고 있어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오전 시간대는 3백여명에 이르렀고 오후와 밤 시간대에는 50명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 곳 역시 무단횡단 사례가 극심한 곳으로 각 시간대별 이용자의 20%가량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영 7차 아파트 앞에 위치한 여서육교는 이용자가 가장 고르게 나타난 지역으로 출근 시간대 1백여명이 이용했으며, 오후와 밤 시간대 50명 안팎으로 각각 집계됐다. 부영 6차 아파트와 부영 7차 아파트를 사이에 두고 있는 지역으로 학생보다는 일반인의 이용이 높게 나타났다.

신기육교 2는 신기육교 1과 불과 5백여 미터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시간대별 이용자가 30여명 안팎으로 각 시간대별 이용자가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무단횡단 사례도 10여명 안팎으로 조사됐다. 이 곳은 가로수 정비가 잘 되어 있으나 육교 설치로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으며, 가로수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등 도심이미지 고려 철거 정책

타 지자체의 경우 도시 이미지 제고와 상대적 교통약자의 보행권 확보 차원에서 육교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시와 비슷한 도시규모를 갖춘 타 자치단체의 경우 순천시 14개소, 군산시 9개소, 청주시 3개소, 김해시 4개소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여수시에 비해 육교가 현저히 적고, 앞으로도 육교 설치를 배제하는 등 차량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보행권을 중시하는 교통정책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주시의 경우 지난 1986년 설치돼 시민들의 횡단보도 역할과 각종 대형행사나 예술ㆍ문화ㆍ체육행사 등의 홍보물 게시대로 이용됐던 옛 남궁병원 앞 육교를 지난해 8월초 전국체전을 앞두고 철거했다.

청주시는 깨끗한 도시이미지 제고와 노약자 및 장애인 보행권 확보를 위해 860만원의 예산을 들여 육교를 철거한 후 신호등을 갖춘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벤치 등 시민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0대 20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육교를 철거하고자 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시는 이미 지난 2002년에도 육교 1개소를 철거한 바 있다. 김해시의 경우도 4개의 육교만을 두고 있는 실정으로 점진적으로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 한복판 행사 알림판 눈살 찌푸려

육교는 교통량을 중시하는 교통정책 면에서만 아니라 도시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즉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물은 도시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수시에 설치된 대부분의 육교도 단순 철골 구조물로 되어 있고, 이 또한 각종 모임, 문화 행사 등 안내 게시대로 사용되면서 도심 미관을 헤치고 있다. 여수시의 시가지를 연결하는 중심도로에 관내 육교의 절반에 가까운 10개의 육교가 철근구조물로 설치돼 관광도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신기동 신기아파트 앞 육교의 경우 가로수가 잘 정비되어 시민들이 도심 속 자연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임에도 두개의 육교가 가로놓여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한 육교 바로 아래쪽 가로수들은 다른 가로수들보다 작아 육교로 인해 가로수의 성장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관광정책을 우선하는 여수시의 정책에 반하는 대표적인 도심 시설물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ㆍ노인 보행시 가장 큰 불편 요인

건설교통부가 지난 8월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장애인과 노인의 교통실태를 파악한 결과 절반가량이 이동시에 심각한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광역도시권, 중소도시권, 읍면지역권 등 3개 권역에서 장애인 372명과 노인 498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됐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372명중 매일 외출하는 경우가 242명으로 출·퇴근(92명) 하거나 복지관을 이용(87명)키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노인 498명 중 매일 외출하는 경우는 193명, 1주일에 3∼4일 정도 외출하는 경우가 162명으로 주로 복지관이나 노인정 이용(126명)과 병원 방문(110명) 목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노인 중 50% 이상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으나 버스의 높은 승강계단과 지하철내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의 부족으로 이동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높은 보도턱과 보행장애물 등으로 장애인의 경우에는 54%가, 노인의 경우에는 32%가 넘어져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육교나 지하도의 이동편의시설 부족으로 도로횡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편의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장애인은 교통정보서비스 제공과 보도 턱 등 장애물 제거를 우선순위로 꼽았고, 노인들은 보도에 있는 턱 등 장애물을 우선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중심 교통정책 절실

과거 개발논리에 의해 진행됐던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나타내면서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현실이다.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함이 강조될 때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이 갖는 환경, 교통난 , 에너지 난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편안한 보행환경 조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여수지역의 육교는 보행자들의 보행권을 극히 제안하고 있다.

일부 도로의 경우 약 2km에 이르는 구간에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고 3개의 육교만 설치된 지역도 있었다. 육교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 등 상대적 교통 약자는 2km를 걸어야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차량 위주의 교통정책 즉 차량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협 관계자는 “육교 이용자의 대다수가 학생, 주부, 노인 등 상대적 교통 약자지만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되므로 모든 시민들이 보행자인 것이다”고 지적하고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여수시의 교통정책이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대중교통이 활성화될 때 도심 환경문제 해결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며 “보행하기 편한 도심 도로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다수 시민을 위한 정책이고 대중교통이용을 유도하여 쾌적한 도심 교통 환경을 이끌어내는 핵심 과제이다.

보다 면밀한 정책 검토를 통해 보행권을 제한하고 도시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육교를 점진적으로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여수시의 교통정책이 보행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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