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당신 뒷모습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설거지하는 당신 뒷모습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2.1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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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명절증후군 이렇게 해결했어요
“명절 때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한이 됐어요.”
“그리고 시댁근처만 가도 괜히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는데...이제는 사라졌어요.”

명절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병치레 아닌 병치레를 하던 주부 김효심(38)씨는 이번 명절 동안 남편의 사랑으로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고 한다.
김씨는 예년과 달라진 남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며 ‘온가족이 다함께 즐거운 명절’을 지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사랑하는 지혜 아빠 감사해요.
설날 당신이 부엌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른들 몰래 담배를 피우려고 오는가 보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무엇을 도와줄까? 설거지를 해주는 것이 좋겠지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그냥 장난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설거지를 하고 풋나물을 다듬어주는 모습에 눈물이 나더군요. 내 남편이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온몸의 피로가 다 풀리더군요.

더 놀란 것은 시어머님이 보든 말든 열심히 부엌일을 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부러울 것도없었어요. 그렇게 멋진 남자인줄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이니까 말하는데요. 사실 우리시댁은 가족이 많아 웬만한 식당만큼 음식을 준비해야 명절을 보낼 수가 있어요.

그런데 형님과 나 둘이서 14년이나 그렇게 살았으니 명절(名節) 아닌 망절(亡節)이라고 해도 될 거예요 그러니 언론에서 공포의 설날이니 명절증후군이니 말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여자들이 식당 종업원도 아닌데 온 종일 준비한 음식도 모자라 과일 깎고 차까지 대접하고 나서도 손님접대까지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는지 알겠지요.

더욱이 추석 때는 시어머님이 했던 것처럼 산중턱에 있는 산소에까지 음식을 설 짝에 넣어 머리에 이고 갈 때면 종살이도 그런 종살이가 없었다구요
오후에는 저녁 차리고 손님 올 때 마다 술상 봐야지요. 가족들 고스톱 하는 시간에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네요

이렇게 명절을 보내고 나면 사실 시댁 근처에도 가기 싫은 것 알아요.
그래도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라고 생각하며 당신을 원망하며 그렇게 살아 왔네요.

그런데 약간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한 당신이 어른들의 눈치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흑기사를 자청했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지혜 아빠 너무나 감사해요. 그리고 싱크대 앞에선 당신의 뒷모습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사랑을 표현 할 줄 아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주님에게 감사드려요
여보, 사랑해요.


<김효심 학동 designtimes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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