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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재주·비봉귀소 (상)
구룡재주·비봉귀소 (상)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2.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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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동동다리]
   
▲ 영취산
인간의 길흉화복은 좋은 터가 결정한다고 한다. 좋은 터는 산·물·방위·사람 등 네 가지 요소로 판단한다. 이 중에서 산이나 바위로써 지세를 살펴 길하고 흉한 터를 읽어 내는 술법을 형국론이라고 한다.

이는 지형에 상응한 기상과 기운이 사람의 길흉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여수는 곳곳이 다 길한 형국이요, 의식이 풍족한 터다.

‘여수여천향토지’를 보면, 여수는 옛 사람들의 말을 빌려 장군도를 사이에 두고 예암산, 돌산도, 경호도 등 3마리의 용이 다투는 형국이라고 하였다. 따지고 보면 종고산, 장군봉, 구봉산이 장군도를? 가지고 노는 형국이다.
늙은 용이 여의주를 앞에 놓고 유희하는 혈이 있다고 전하는 터가 또 있다. 여수대학교가 들어선 둔덕이다.

옛날에 둔덕에서 어는 부부가 행인을 상대로 국밥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밤사이에 한길이 넘게 대설이 쌓여 행인들이 옴쭉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눈을 치우러 문밖으로 나온 부부는 처마 밑에서 정신을 잃고 추위에 떨고 있는 노승을 발견했다. 급히 방으로 옮겨 몸을 녹이게 한 후 따끈한 국밥으로 허기를 면하게 해주었다.

정신을 조금 수습한 노승은 날이 저물자 길을 떠나려 했다. 좁은 단칸방에서 주인 부부와 같이 갈치 잠으로 밤을 새우기가 여간 난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그 기운으로 길을 나서다가는 큰일이 날 것이라며 스님을 붙잡아 두고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다. 저녁에는 상당히 떨어진 아래 동네로 부인을 보내고 자기는 스님과 같이 밤을 샜다.

이튿날, 원기를 회복한 스님은 목숨을 구해준 주인에게 감사하며 돌아가신 부모의 묘를 지금 살고 있는 집 뒷산에 이장하면 영화가 있을 것이라 일러 주고는 길을 재촉하여 떠났다. 부부는 스님 일러 준 대로 이듬해 삼월 삼짇날 부모의 묘를 옮겼다.

그런 뒤부터는 국밥이 평소보다 많이 팔려 날이 갈수록 살림살이가 붇기 시작했고 없던 아이도 생겼다고 한다. 그 후손들은 대대로 인물이 나와 영화를 누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다 송장을 거꾸로 뉘어 놓아도 해를 보지 않는다는 명당으로 믿었다고 한다.

봉계동과 둔덕 뒷산인 호랑산이고 양지 마을 뒷산은 저당산이다. 호랑산이 용이라면 저당산은 여의주다. 호랑이 앞에 돼지니 의식이 풍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니 용수마을과 양지마을은 더불어 부자가 될 것이다. 여수대학교도 그 터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틀림없이 여수대학교 학생들도 다들 크게 영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업화의 현장 여수 산업단지도 좋은 터이다. 흥국산 뒤 영취산 정상에 서면 키 재기하듯 뾰쪽뾰쪽 솟아 있는 큰 굴뚝들이 눈 아래 보인다. 묘도를 비롯해서 몇 개의 작은 섬들도 광양만의 푸른 물결 위에 넘실거린다. 광양제철 공장도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발 복의 터이다.

영취산은 대단히 영험이 있다고 한다. 영취를 속가에서는 그대로 '영취'로 읽지만 불가에서는 '영추'로 발음한다. 영추산은 현재 인도 중부마가다국 왕사성 동북쪽의 '차타산(Chta)'으로, 범어로는 기사굴산이라 한다. 이 산 정상은 마치 독수리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며 실제로 여기에 독수리들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 독수리 혼령인 취령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여기에서 조장을 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석가모니는 독수리 머리 모양을 한 이 사에서 7년 동안 기거하면서 설법을 했다고 한다. 그게 법화경이라고 한다. 여수의 영취산 산 이름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영취산에서 광양만을 바라보면 제법 튼 섬 묘도 비롯해서 서치도, 송도 등 크고 작은 섬 몇이 눈에 든다. 옛날에는 섬이었으나 현재는 뭍과 연결된 우순도도 보인다.

주민들은 묘도를 고양이섬, 서치도를 쥐섬, 우순도를 누룽지섬이라고 한다. 우순도는 서치도 앞에 있으니 쥐 앞에 누룽지고 서치도는 묘도 앞에 있으니 고양이 앞에 쥐가 된다. 또, 영취산에서 묘도와 서치도 그리고 우순도를 바라보면 먹이 사슬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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