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부정과 무혈복(無穴鰒)
시험 부정과 무혈복(無穴鰒)
  • 이상율
  • 승인 2004.12.07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난중일기] 이상율 주필
옛날 시험과 관련하여 쓰였던 말 가운데 무혈복(無穴鰒)이라는 말이 있다.

무혈복은 꼬챙이에 꿰지 않고 말린 전복이라는 뜻으로 옛날 과거 시험을 볼 때 감시를 엄하게 하여 좋지 못한 수단을 부리지 못할 처지에 빠진 수험생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으로 하면 엄한 시험감독 때문에 커닝을 제대로 할 수없는 수험생들의 입장을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

이를 미루어 보면 옛날에도 대 . 소간 시험부정이 존재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날 시험 부정은 공부 잘하는 학생의 등 너머로 모를 문제의 답안을 얼핏 보거나 작은 쪽지에 적어 몰래 보거나 하는 등 한 두 문제 커닝으로 끝나 그런 대로 애교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수능 부정시험은 첨단 기술을 최대로 활용한데다 매우 조직적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광주에서 핸드폰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치렀던 수능시험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그 실체가 들어 나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준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시험감독 교사가 사전에 몸수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휴대폰을 지니고 들어가 성적우수자로 뽑힌 시험장 밖의 대기조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아 답안을 작성해 나가는 방법이다.

그런가 하면 돈을 받고 아예 주민등록증까지 위조하여 대리시험을 보는 경우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교내 학력평가에 시험지를 유출 시켜 답안을 쓰도록 하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시험부정은 뿌리 깊게 넓게 퍼져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는 데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아니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자격시험에도 이와 같은 시험 부정이 없었다고 장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심각한 시험 부정행위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총체적인 사회 병리 현상이다.

수능시험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학벌사회에 적응 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이를 부추긴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요되어 온 입시위주의 교육체계, 입시 제도를 위해 만든 객관식 시험이 부정 시험을 더욱 쉽게 했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수능시험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이다.

그리고 문교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수능시험을 부정으로 얼룩지고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범죄자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한 셈이다.

휴대전화가 일반화 되어 통화와 문자메시지 심지어는 인터넷까지 활용 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디었다.
사전 철저한 대비를 하였더라면 이런 사고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험이란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공정성을 잃었을 때는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상호간 불신은 극에 달하고 부정한 방법에 의한 출세지상 주의는 만연하게 된다.
앞으로 어느 시험장이던 무혈복(無穴鰒)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