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산다는 것”
“지역에서 산다는 것”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1.10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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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 사무총장>

   
요즘 매우 뒤숭숭하다. 세상살이가 누군들 수월하고 언제인들 평탄할까마는 근래 들어 부쩍 어수선해진 느낌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몇 달 사이에 두 번씩이나 일어나서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세상변화가 오토바이 엔진을 달고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이제 어지간한 변화에는 그런가보다 할 정도로 무심해질 때도 되었으니, 이러다간 내일 당장 남북통일이 되고, 부시 미국대통령이 떡 먹다가 죽었다 해도 그런가보다 할 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도 뒤숭숭한가! 혹시 그렇게도 입이 마르도록 읊조리거나 외쳐왔던 지방화시대가 나도 모르는 사이 진척이 되어, 내 삶 깊숙이 자리하면서 오는 ‘요요현상’이 아닐까?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 민족문제니 세계정세니 하는 것들이야 잠시잠깐 내 호기심이나 현학적인 관심일 뿐, 정작 내 문제로 다가와서 내 존재 자체를 들었다놨다하는 것은 역시 내 생활의 터전인 지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시대에야 지역인들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지. 그저 후덕한 관선단체장 한 분 내려오면 잠시 흐뭇한 일이요, 그렇지 않으면 그저 타고난 팔자에 얹혀살다가 못 살겠거든 단봇짐 싸면 그도 한 세상이었지. 그랬던 지역이 내 손으로 시장 뽑고, 의원 뽑아놓고 보니 사정이 사뭇 달라졌다.

더 나아가 이제 지역 살길은 지역 스스로 찾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세상이 되었다. 듣기에도 현란하다. 균형발전, 분권, 기업도시, 문화수도, 행정수도, 경제자유특구, 무역특구, 관광특구, 특구, 특구....

그러다보니 지역이 발칵 뒤집혀졌다. 엠오유니 양해각서니 알 듯 모를 듯한 말들이 횡행하고, 지역혁신역량강화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에 나붙는다. 바야흐로 지방화시대의 서곡이 울려 퍼지는 장중한, 또는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 서곡의 맨 밑에 흐르고 있는, 그래서 이 곡의 전반을 예고하고 있는 북장단이 예사롭지 않다. 중앙과 지방, 진보와 보수, 개발과 보전, 산과 물, 동네와 동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이 그것이다.

변화에 으레 따르기 마련인 힘과 질서의 재편에 이 요소들은 민감하게, 역동적으로 북소리를 내면서 한바탕 뒤엉킴을 예고하고 있다. 이 뒤엉킴이 뒤숭숭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부정할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차디차게 굳어져버린 지역이 이제 바야흐로 풀리는 조짐이다. 물이 끓기 위해 부글거리는 것을 못 참아서야 따뜻한 요리를 얻을 수 없다. 다만 너무 끓어 냄비가 타버리는 것이 걱정이다.

지역은 본디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어떤 일색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획일적인 군대도 아니요, 불타오르는 화산도 아니다. 저마다의 색깔과 달란트, 생업, 인간적 요구를 가진 구성원들이 얼기설기 공동체로 엉켜 사는 것이 지역이다.

이 공동체 중 어느 한 계층이나 영역이라도 소외됨이 없어야한다. 예의 뒤숭숭함은 설렘으로 바뀌어야하고, 요소들의 부딪침은 생산적인 역동성으로 승화되어야한다.

집중으로 비대해진 중앙이 벌이는 아귀다툼, 이념의 상극이 빚어낸 분단, 패권주의가 불러낸 전쟁과 분쟁, 이런 것들은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내 생업과 이상을 실현할 지역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남의 그것도 소중하게 인정할 줄 아는 삶의 태도야말로 지방화시대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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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짱 2004-11-11 11:56:11
별표 다섯개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