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야기] 화양면 - 창무리
[땅이야기] 화양면 - 창무리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1.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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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면의 입구에 있는 창무마을은 일제이전까지도 문꾸지라는 마을이름으로 불려졌다.

‘문꾸지’는 ‘문이 있는 곳’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화양면 지역에 곡화목장이 설치되어서 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송소마을에서 오천마을에 걸쳐 성을 쌓고 성문을 이 마을에 두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다.

지금의 창무란 마을이름도 ‘문꾸지’와 관련이 있는데 이 지역의 옛 땅이름 중 하나인 ‘창마징이’의 유래에서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해오기 때문이다.

‘창으로 막고 있는 곳’ 이란 뜻의 ‘창마징이’는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어서 생겼다는 이야기와 돌산만호진 입구를 지키는 창을 든 초병에서 유래되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온다. ‘창마징이’의 음을 표기하여 창무정(昌武亭) 이라고 기록한 내용은 1789년의 호구총수이며 기록으로 처음 나타나는 이 마을의 이름이다.

창무마을은 화양면의 입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한 말의 동학과 일제 강점기에 훌륭한 선각자들을 배출하였다.

먼저 여수 지역 삼일만세운동의 기수로 알려진 이 마을 출신의 윤자환 열사는 천도교도로서 1919년 3월 2일 전북남원의 유태홍의 집에서 기미독립선언서와 만세운동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가져와 율촌 등 여수지역에 전파하다 검거되어 옥고를 치룬 인물이며 같은 집안의 윤형숙 열사는 20세의 어린 나이로 광주 수피아 여학교를 다니다 서울의 3.1운동 소식을 전해듣고 1919년 3월 10일 광주 장날을 맞아 광주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경의 칼날에 한쪽 팔을 잃으면서도 만세를 부르다 잡혀가 대한여성의 기개를 한껏 드높인 인물로 감옥을 나와서도 결혼을 하지 않고 개화기의 사회계몽운동에 헌신하다 돌아가신 분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두 분의 행적은 주변에는 알려졌지만 관심을 두는 이가 적어 묻혀 있다가 향토사가와 문중의 노력으로 시에 전해져, 최근에서야 정부의 조사가 이루어져 서훈하였고, 길이 여수의 자랑으로 알려진 것은 다행이라 생각된다.

화양면을 들어오는 창무리의 입구는 지금도 촌로들은 문(門)이라 부르는데 윤형숙 열사의 묘소는 문을 지키고 있어 오가는 이의 귀감이 되고 있으며 목장의 경계를 하였던 만리성은 지금도 여러 곳에 성터의 흔적이 남아서 화양지역의 옛 역사를 전해 준다.

창무리의 서쪽에 자리 잡은 백초마을은 본래의『신추』라는 마을 이름을 ‘하얀 풀’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흰 白자와과 풀 草자로 표기하여 백초(白草) 라 하였다.
신추라는 땅이름은 여수지방 여러 곳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거문도, 소거문도, 개도, 낭도, 돌산 등의 주로 해안지역에 전해오는 땅이름으로 ‘센추’라고도 한다.

그동안 하얀 풀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신추’나 ‘센추’라고 하는 이들 지역을 답사해 보면 공통적인 지형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해안가의 바위가 절벽이나 급경사의 비탈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룡발자국으로 잘 알려진 사도에 있는 작은섬 ‘추섬’도 같은 뜻으로 볼 수 있으며 거문도 서도의 ‘추너메’의 ‘추’도 절벽으로 된 해안을 이른다.

완도지방에서는 ‘추’를 방풍림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남해안의 많은 ‘신추’라고 불려지는 지역을 답사하면서 필자가 얻은 결론은 ‘추’는 비탈이나 낭떠러지를 말하며 ‘신’이나 ‘센’은 ‘힘 센(힘 신)’에서처럼 더 많거나 강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백초마을은 동물가면을 이용한 가장을 포함한 좌수영 수군들의 진중농악의 형태가 전해지는 ‘신추농악’이 유명한 마을이었는데 진중농악의 기능보유자들이 연로하고 이를 배우려는 젊은 주민이 없어 후세에 전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마을 원로의 마을이야기와 함께 하였다.

창무마을과 백초사이에는 배나무가 많았다는 ‘배낭골’과 ‘잿등’을 비롯해 양달, 잔닥개, 두골골창, 홈테골, 속돌 등의 이 마을만의 독특한 땅이름들이 전해오며 ‘칠성바위’라고 알려진 7개의 고인돌 등이 마을의 오랜 역사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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