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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즐겁게 사는 사회
노인이 즐겁게 사는 사회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0.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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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상율 <주필>
78년을 함께 살아오던 노인부부가 치매를 앓고 있는 부인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250만원을 장례비로 남겨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 깊은 부정(父情)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이 슬픈 사건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
지난 5일 오후 7시쯤 서울 오류동 D아파트의 막내아들 집에 머물던 허모(92)씨가 아내 엄모(93)씨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했다.

전북 익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키워낸 허씨가 농사일을 접고 아들, 딸들이 사는 서울로 이사 온 것은 30여년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싫어한 허씨는 가양동에 따로 집을 마련해 아내와 함께 살다 3년전 막내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해 막내아들의 집으로 옮겨왔다.

허씨 부부는 금슬 좋기로 동네에서도 소문나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아내 엄씨가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병까지 들자 허씨는? 집안에서 정성껏 병수발을 들기도 했다.

아침 일찍부터 우유와 요구르트는 물론 음식을 직접 떠먹이며 대소변까지 치워내느라 한시도 아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아내의 증세가 심해지자 지난 5일 아들과 며느리가 평소처럼 일터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며 “살 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세상을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유서와 함께 장례비 250만원을 남기고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자신도 목을 매 자살한 것이다.

노인들의 자살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인구는 하루 평균 30명꼴이며, 이중 노인자살인구가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면 우울증·치매 발병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안감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노인 자살은 갈수록 증가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증가율은 지난해 8.3%에서 2050년에는 34.4%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산율은 낮아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노인 봉양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금 아이·살림을 돌봐주는 노인들은 그런 대로 살고 있지만 나중엔 이마저도 쉽지 않아 자녀들이 외면하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노인들의 일거리도 많이 늘려야하고 복지. 요양시설도 확충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있다.

대전에서 열린 ''2004실버취업 박람회''장에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3,200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렸고 그 중 1,200여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노무직이어서 전문직 또는 관리직 취업을 기대했던 대졸자나 전문직 퇴직자들은 뒤 돌아서야 했다.

노인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고 활기차게 살아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물론 노인을 위한 휴양·복지시설을 늘려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 복지 시설은 물론 개인소유 휴양시설은 돈이 많이 들어 가난한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부는 실버산업 육성, 노인 직업훈련 제도 마련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을 자살로 가는 비극을 막고 짧은 인생을 편하게 마치도록 하여주는 것이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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