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동동다리] 육고기 찾는 상인을 내쫓은 성 대장
[아으동동다리] 육고기 찾는 상인을 내쫓은 성 대장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4.10.2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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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나라 여릉왕 의진이 무제의 상중에 신하들을 시켜 고기와 맛있는 음식을 사다가 자기 집안에서 따로 음식을 만들었다. 마침, 장사 유담이 들어와 잘 익은 술과 조개 안주를 먹으라고 했다. 유담이 정색을 하고 일어나 말했다.

"이미 자신을 예로 다스리지 못하고서는 다른 사람을 예로 다스릴 수 는 없습니다."

성우경이 좌수영 부관 격의 무관인 대장 에 있을 때였다. 그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높은 자리도 아니었고 항상 녹을 먹을 수 있는 좋은 자리도 아니었다. 관청에서 잡일을 맡은 임시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평소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면 그대로 두지 않았다. 또, 일 처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시원하게 했다. 그 자리가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수사는 그를 퍽 아끼고 사랑했다.

어느 날, 성 대장은 혼자서 좌수영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한 상인이 뵙기를 청하였다.

"나는 수사와 제종 형제간입니다. 서울에서 내려 왔는데 출입이 너무 엄해서 수영 부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들어갈 도리가 전혀 없던 중에 대장께서 주선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들어와 뵙게 된 것입니다."

성 대장이 말했다.
"이는 어려운 일 아닙니다. 하지만,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이곳에서 유숙하시고 내일 날 밝은 것을 기다려 변통해 보지요"
그 상인은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고 거기서 머물게 되었다.

성 대장은 그가 수사의 육촌 형제가 되고 또 상인이었기에 하인에게 따로 소찬을 준비하여 올리도록 했다. 그러나 그 상인은 눈을 가라뜨고 종을 불러 고기 반찬을 만들어 올리도록 했다. 꼴불견이었다. 성 대장은 호가호위하는 그를 보고는 이렇게 꾸짖었다.

"상제가 비록 수사와 육촌 형제간이라도 그 하는 행동을 보니 종놈들의 천박한 것과 다름이 없다. 내가 따로 소찬을 준비하라고 한 것은 상을 당한 몸일 뿐만 아니라 또한 수사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소찬을 보고 고기반찬보다 낫게 여겨야 옳은 일이다.

어찌 하루 저녁밥 먹는 일이 어렵겠는가? 상복을 입고 이런 짓을 하다니. 예에 어긋나는 것이 심하다. 상제가 고기를 먹으면 오히려 불안하게 여겨야 하는데 지금 상제가 되어서 고기반찬을 내놓으라고 하고도 수치스러움을 모르니 너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죄인이 아닌가?

그리고는 하인을 불러 밥상을 빼앗고 그를 문 밖으로 내쳤다.
상인은 그 날 저녁 다른 곳을 전전하며 유숙하고 난 뒤 수사를 뵈게 되었다.

엊저녁 일이 화가 났다. 그래서 수사에게 성 대장이 자신을 끌어 낸 일부터 말하고 모욕을 갚아 줄 것을 부탁하여싸. 그러자 수사는 "그대가 단지 쫓겨나기만 한 것은 다행한 일이네. 평소에 나는 성대장의 사람됨을 보아왔네 사림이 시원시원하고 강직하여 그른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자라네. 그대가 상인이 되어서 그 체모를 잃었으니 내가 성대장에게 무엇을 어쩌겠는가?"

하며 오히려 자기 아우를 나무라는 것이었다. 이 일 이후에 성 대장을 대하는 수산의 태도가 이전보다 더 도타워졌다 한다. 이 일화는 이렇게 시로 전해진다. 「강남악부」에 실려 있다.

성대장

자식이 부모상을 당하면
그 예는 예문에 상세히 적혀 있다네.
늙은 사람이나 병든 사람은 목이 상할까봐 고기를 먹지만은
상복 입은 사람들이 간혹 이를 알지 못하고는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찾네.
상복을 입고도 모름지기
보통 때 같이 편안하게 보이네.
어찌 이 세상엔 장사같은 사람이 없는가?
그는 임금 상중에 잘 익은 술도 맛보지 않았다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수사가 성 대장을 더 잘 대접하는 것을
이것이 하늘이 좋아하는 떳떳한 덕행이라네

옛날에는 부모를 여읜 상인은 죄인 취급을 했다. 그래서 상인이 헤진옷과 거친 음식을 먹은 것은 상식이었다. 심지어는 3년 간을 묘 옆에 여막을 짓고 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세상은 죽은 자보다 산자의 몫이라며 부부 중 어는 한 사람이 죽으면 빙긋이 웃는다고 한다.

부모가 운명하게 되면 자식들은 통곡 대신 허허 웃는다고 한다. 이제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산 사람은 헤진 옷, 거친 밥, 시묘살이 따위의 고통을 생각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성대장이 생환해 이런 모습을 본다면 거꾸러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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