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학생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제언
[시론] 중학생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제언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0.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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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여수중등공립지회장, 여천고등학교 교사 김칠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육은 자원봉사입니다.’라는 TV 공익광고의 내용에 대하여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학생에게 있어서 자원봉사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법이자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교육목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학생자원봉사에 대해 교육기관이 교육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1996년 때부터였다고 생각되는데 지금은 중ㆍ고등학생에게 연중 20시간의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기관이 학생자원봉사활동을 교육과정 속에 넣은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볼 때 자원봉사활동을 권장하는 교육기관이 학생자원봉사활동에 대해 무엇인가 조금 잘못 인식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자원봉사활동은 남을 돕는 것이니까 어느 곳, 누구나 원할 것이며, 이러한 좋은 일을 한 결과를 확인서로 가져오면 수합하여 학생부에 올리고 이러한 것이 누적되면 교육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는 극히 도식화된 생각이 오히려 학생들의 바른 인성 형성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실제 나타난 현상을 그 예로 들며 얘기해 보도록 하자
중ㆍ고등학교에서는 연중 20시간(개인 계획에 의한 시간은 10시간) 이상의 자원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고 확인서를 가져오라 하는데 고등학생들은 그나마 쓸모(?)가 있기 때문인지 봉사활동 나가기가 수월한 편이지만 중학생은 정작 봉사활동을 나갈만한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대상 기관들이 오히려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지에 학교에서는 방학과제로까지 삼으니 어린 중학생들은 부모님 얼굴만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확인서를 어떻게든 떼와 제출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여기에서 잠깐 이와 맞물려 있는 봉사대상기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인요양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데 학생은 와 보지도 않고 주로 어머니가 들려서 확인서를 떼어 달라고 한다. 사실 이들의 후원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고 하여 거짓 확인서를 떼어 줄 때는 정말 민망한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자신의 인격 성장에 소중한 경험이 되어야 할 자원봉사가 오히려 거짓과 요령만을 배우게 하는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린다면 이는 시급히 고쳐야 할 교육과제가 아니겠는가?

‘중학생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장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중학생은 오히려 봉사학습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먼저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자원봉사활동을 한 후 확인서만 가져오라는 식이 아닌 봉사학습을 받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안내하고 가르치는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학생들의 인성교육의 장도 열리리라 생각된다.

다음은 이러한 생각에 근거하여 일부분이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싶은 나의 구상이다.

자원봉사활동의 여러 분야 중 위문활동을 통한 자원봉사를 한다면(다른 분야도 이와 같은 체계가 가능할 것이다.) 여수 관내의 여러 시설들(인가ㆍ비인가 시설 및 각 복지회관 등)에게서 한 달에 한 번 전일제 계발활동에 맞춰 3시간 정도의 각각의 환경과 처지에 맞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만든 후 이를 교육청에 제시하고,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시설들을 인성교육 위탁기관화 시켜 교육투자(예를 들면 시청각 시설이나 교육활동에 필요한 보조금 등)를 하며, 학부모는 학생과 더불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1교 1시설 자매결연 맺고 학교당 약 40명 정도(부모까지 합하면 80명)의 자원봉사단을 모집한다면 약 800명 정도의 가족동행봉사단이 만들어 지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봉사활동 형태는 여천고의 올 해 특색사업인 여천고모자동행봉사단(학생 60명, 어머니 60명으로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실로 남을 돌보는 학습에서 실천까지를 교육으로 연결시켜본다면 가족동행 자원봉사활동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어느덧 찍혀져 있을 것이고 뒷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것이 훌륭한 인성교육이다. 훗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할 때 이러한 장면이 대표적으로 크로즈업 되지 않겠는가?

2005년엔 중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실질적으로 담보키 위한 시작의 하나로 여수교육청이 특색사업으로 추진하는 ‘여수 중학생 가족동행봉사단’(가칭)이 탄생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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