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동동다리] 호국의 불도량 ‘흥국사’
[아으동동다리] 호국의 불도량 ‘흥국사’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10.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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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도 영취산 흥국사를 비롯해서 향일암, 석천사, 한산사 등 고찰이 많고, 최근에 들어선 것까지 합하면 20여 곳이나 된다. 오래된 사찰은 대개 거기에 들어서게 된 신이적인 연기 설화가 그대로 전해진다. 여수 사찰도 마찬가지다.

흥국사는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창건했다고 한다. 석천사 진옥 스님의 '흥국사'를 보면 이곳에 절을 세우게 된 이야기가 셋이나 있다. 다 보조국사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조금씩 다르다.

보조국사는 국가의 부흥과 백성의 복을 위하여 조용히 수련하기 좋은 성지를 찾아 다녔다. 금오도 굴봉산에 올라 풀을 깔고 좌선을 하고 정진 할 때였다. 알 수 없는 어떤 노스님이 나타나서 영취산을 바라보며 고승대덕이 머무를 수 있는 큰 도량이 될만하다며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위를 몇 바퀴 돌고 다시 앉아 말하기를

"하늘이 아끼고 땅이 보호하는 터입니다. 절 이름을 '흥국사'라 하면 불법이 크게 일설 것이며, 이 절이 크게 부흥하며 나라도 흥할 것이고, 나라가 흥하면 이 절 또한 흥할 것입니다."

하고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에 보조국사가 지금의 흥국사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보조국사가 무등산 규봉암에서 수도하면서 장차 결사 할 만한 절터를 찾으려고 나무로 비둘기 세 마리를 깎아 날려보냈다. 그 비둘기가 뜻밖에도 살아 있는 새처럼 하늘을 날자 국사는 사람을 시켜 비둘기가 날아 간 곳을 찾았다. 한 마리는 영취산에, 한 마리는 금오도 송광사 터에 내려앉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어디로 날았는지 알아 내지 못했다. 국사는 제일 먼저 영취산에 흥국사를 세웠다고 한다.

국사가 돌산 영구암에 있으면서 결사 터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노승이 나타나 지금의 흥국사 터로 안내해서 보니 과연 대가람이 들어설 만한 자리여서 흥국사를 지었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흥국사는 그 이름이 말해 주듯 호국 정신이 창사의 사상적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과 조선조 임진왜란 등 국운이 쇠했을 때마다 전국의 스님들은 이 절로 구름처럼 모여들어 승군으로서 활약을 다했다고 한다.

조선 선조 34년(1601) 백사 이항복의 간청을 받아 창건한, 이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최소의 사당 충민사 옆에는 석천사가 있다. '승평지'를 보면, 충무공 곁을 떠나자 않은 자운스님과 옥형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충무공이 화를 입은 후 사당을 세우게 되자 두 스님은 공의 인격과 충절을 잊을 수 없어 그 곁에 조그만 정사를 짓고 80여 세까지 관리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해사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옥형 스님의 꿈에 충무공이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스님이 열반하자 이런 스님의 정성을 사모한 주위의 사람들이 제물을 내서 절을 다시 세우고 영정을 동쪽 벽에 모셨다고 한다. 충민사 뒤편 큰 바위 아래 셈이 하나 있었는데 그래서 이 절 이름도 석천사라 했다고 한다.

한국의 불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의승군을 일으켜 호국 불교의 전통을 이어 갔다. 일제 시대에도 승려의 신분으로 하일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1930년 5월에는 뜻 있는 승려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비밀결사단 만당을 조직하고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채택한 적도 있다.

"보라, 2처년 법성이 허물어져 가는 꼴을! 들으라, 2천만 동포가 헐떡이는 소리를!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의분으로 감연히 일어섰다. 이 법성을 지키기 위하여, 이 민족을 지키기 위하여. 따르는 자는 동지요 배신하는 자는 수행을 방해하는 무리들이다. 단결과 박멸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안으로 정교를 확립하고 밖으로 대중 불교를 건설하기 위하여 신명을 걸고 과감히 전진할 것을 선언한다"

승려들의 결연한 의지가 넘쳐 난다. 그 옛날, 흥국사나 석천사 등 여수의 사찰에 몰려든 승려들의 기개도 이와 같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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